'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노동부 조사 받는다

보건복지부까지 나서서 '재발 방지 당부'…당국 책임 향후 공론화될 듯

재단 체육대회에 동원된 간호사들. '장기자랑'이란 명목 아래 원치 않는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고용노동부가 성심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선정적 장기자랑 동원에 대해 내사에 나서는 등 관계 당국이 후속 조치에 나섰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노동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질 전망이다.

◇ "선정적 장기자랑 동원, 내사 대상"

노동부는 지난 10일 CBS노컷뉴스의 보도와 관련해 "지난달 31일부터 진행 중이었던 일송재단 산하 5개 성심병원 내사에 간호사 장기자랑 동원 부분까지 대상으로 추가했다"고 12일 밝혔다.
(관련기사 : CBS 노컷뉴스 17. 11. 10 [단독] 행사 동원돼 선정적 춤…간호사 인권 짓밟는 성심병원)


앞서 노동부는 성심의료재단 산하 강동성심병원에서 240억 원대의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진 이후 형제재단인 일송재단 산하 강남‧동탄‧성심(평촌)‧춘천‧한강병원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을 거라 보고 내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간호사 장기자랑 동원 등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는 노동부는 병원에 요청해 받은 자료와 평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받은 진술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사 단계인 만큼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살펴보는 중"이라며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담당 지청에서 재단 이사장이나 병원장 등 관련자를 입건한 뒤 조사할 예정이며 이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도 병원 자체적인 노력을 주문하는 등 관계 당국이 전방위적 후속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13일 대한병원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내 간호사를 병원행사에 동원해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등의 부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힘을 써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붙은 간호사들의 분노, '갑질 호소'로 이어져

당국의 발 빠른 대응은 CBS의 관련 보도 이후 피해 사례가 잇따라 폭로되면서 업계 전반으로 이슈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지적되는 등 향후 당국의 책임도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과 노무사들이 주축으로 나서 만든 단체 '직장갑질119'엔 보도 직후 메신저 오픈채팅방과 이메일 등을 통해 수많은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해당 병원들에선 십수 년 간 임금 체불과 야근 강요는 물론 체육대회를 열어 선정적인 행위를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고용노동부에선 이를 방치한 것"이라며 "이번 주 안으로 관련 내용을 정리해 고용노동부 관계자에게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등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장기자랑뿐 아니라 간호사들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병원의 갑질 등 현장을 고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성심병원과 관련해서는 "체육대회 연습 진행 시 수간호사 선생님들이 와서 감독을 하는 한편 매일 출석체크를 해 안 온 사람은 개인전화, 병동에 연락이 간다", "머리가 짧으면 가발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현재 파업 중인 서울 을지대병원 등 다른 병원들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게시된 글도 눈에 띈다. "레지던트가 쓰고 버린 핀셋까지 간호사가 (부주의로 없어진 물품이라며) 물어내야 한다"며 "심한 곳은 간호부에서 (없어지거나 고장난) 휠체어값도 물어준다더라"는 사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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