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HT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이형택 이사장은 12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저를 넘어설 수 있느냐고요? 그건 시간문제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세계 랭킹 36위, 메이저 대회 16강에 두 차례 진출 등 아직도 깨지지 않는 국내 테니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형택 이사장은 "오늘 결승전은 직접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며 "올해 처음 생긴 대회에서 정현이 첫 우승자가 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정현보다 20살이 많은 이형택 이사장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에 진출하며 한국 테니스의 세계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정현의 개인 최고 순위는 올해 9월 44위,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올해 프랑스오픈 32강 진출로 아직 이 이사장의 기록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제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당연한 시간 문제"라며 "일본의 니시코리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시코리 게이는 올해 28살로 정현보다 7살 많으며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고, 메이저 대회에서는 2014년 US오픈 준우승까지 한 선수다.
정현은 올해 프랑스오픈 3회전에서 니시코리와 한 차례 만나 2-3(5-7 4-6 7-6<7-4> 6-0 4-6)으로 분패했다.
이 이사장이 정현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은 "선수 자신이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또 실제로 그런 보완을 잘 해내기 때문"이라며 "(정)현이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현이의 경기 영상을 보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많이 보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런 단점들을 고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현이는 부단한 노력으로 그걸 해내더라"고 놀라워했다.
이형택 이사장은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현이의 생각이나 자세를 높이 평가했고,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앞으로 어려움이 닥쳐도 슬기롭게 극복해낼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이번 우승으로 다른 선수들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투어 생활 초기에는 상대 선수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상대 선수들이 현이에 대해 더 파악할 테고, 만났을 때 단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정상에 오른 그는 "그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그걸 이겨내야 투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이미 현이는 그런 단계도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더 잘하는 톱 랭커들과 상대할 일이 더 많아질 거라 그런 부분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이형택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도 매진하는 이 이사장은 "이제 이번 우승을 계기로 '정현 키즈'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올해 코리아오픈 결승전 매진된 것이나 많은 동호회 활동 등을 보면 테니스는 정현처럼 좋은 선수가 나오면 파급력이 분명히 있는 시장"이라며 "지금도 권순우, 이덕희 등 좋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더 많은 유망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이사장은 "정현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리, 델 포트로, 칠리치 등 톱 랭커들을 꺾는 일도 조만간 올 것 같다"며 후배 선수의 성장을 흐뭇한 심정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