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이트' 등 불량에도 한 대당 100만원 마진 예상
그러나 국내 출고가가 세금을 포함하더라도 미국 본토나 일본보다 20만 원 정도 더 비싸 애플의 가격 정책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역대 최고가임에도 곳곳에서 제품 불량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이번주 예판 '아이폰X' 美·日보다 20만원↑…애플, 가격 정해 일방적 통보 '배짱'
애플코리아는 지난 7일 아이폰X의 오는 24일 국내 출시 소식을 알렸다. 아이폰X 예약 판매는 오는 17일부터 진행된다. 64GB 모델이 142만 원, 256GB 모델이 163만 원이다. 스마트폰 사상 '역대급'으로 비싼 가격이다. 색상은 스페이스 그레이와 실버 두 종류다.
아이폰X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이같은 소식을 반기면서도 다소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아이폰X 공개 당시부터 연내 출시는 불투명할 것이란 소식에 빠른 해외 직구 대행으로 국내 가격보다 20만 원 정도 더 웃돈을 주고서라도 아이폰X을 손에 넣으려 했던 충성고객들은 서둘러 구매 취소에 나섰다.
국내만 유독 더 비싼 아이폰X 가격도 불만이다. 세금을 포함해도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20만 원 이상 높다. 미국에서 아이폰X 가격은 64GB 모델은 999달러, 256GB는 1149달러다. 한화로 약 112만 7000원, 129만 7000원이다. 10% 부가세를 더해 환율을 따져도 64GB 모델 124만 원, 256GB 모델 142만 6000원이다.
일본에서는 각각 11만 2800엔(111만 6000원), 캐나다에선 1319 캐나다달러(115만원), 홍콩에선 8588달러(123만 2000원)에 팔고 있다.
통상적으로 제조사는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전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거쳐 출고가와 출시일 등을 정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제조사와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절반 정도 부담한다. 그러나 애플은 이런 협의 과정 없이 출고가를 통보한다는 게 관련 업계 얘기다.
더구나 애플은 지원금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모두 이통사 몫이다. 아이폰 광고 역시 이통사가 내보낸다. 아이폰 출시 10년이 됐지만, 애플 제품을 파는 애플스토어는 국내에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비싼 단말기 가격으로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금할인율이 25%로 상향되면서 현재까지 100%에 육박하는 아이폰8 소비자들이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충성고객들도 이번 만큼은 냉장고 한 대 값의 가격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매년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직장인 김정원(35)씨는 "아이폰X을 해외직구로 사면 배송은 3~4주 정도 걸리지만, 배송비와 관세 등을 다 포함해도 256GB가 145만 원인데 국내에선 163만 원"이라면서 "애플의 가격정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에서는 헝가리 약 159만 2000원, 덴마크 약 155만 8000원, 스웨덴 약 154만 원, 이탈리아 약 155만 원 등 더욱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 환율만 따지는 게 아니라 전파 인증이나 각국 규제에 대한 비용도 포함된 것"이라면서 반드시 한국을 봉으로 봐서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이폰8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에 이어 애플 스스로 '미래의 스마트폰'이라 부르며 역대 최고가를 책정한 아이폰X에서도 불량 사례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실내에서 추운 실외로 2초 정도 나간 것만으로도 스크린 반응이 둔해지고 웹 사이트를 보려 해도 터치가 손가락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아이폰X 사용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콜드 게이트'로 불리고 있는 이 현상은 영상 10도 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애플 기기가 가장 잘 작동되는 온도 범위는 0~35 ℃다.
애플은 "일부 아이폰X이 급격히 추운 환경에서 일시적으로 터치해도 반응이 없는 게 확인됐다"면서도 "몇 초 뒤엔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긴급 대책을 필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폰X 화면에 갑자기 녹색 줄이 보인다는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해당 문제를 조사하는 한편,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제품은 무상 교체를 해주고 있다.
아이폰X의 높은 마진도 논란이다. 냉장고 한 대 값의 아이폰X 부품원가가 출고가의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에서 999달러에 판매되는 아이폰X 부품 원가를 계산했을 때,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357.25달러(약 39만 7500원)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폰X 국내 출고가는 미국보다 20만 원 가량 더 비싼 것을 따지면 애플은 국내에서 아이폰X 한 대를 팔 때마다 100만 원 가량의 이윤을 남기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X로 남기는 이윤은 역대 최고 수준일 것"이라면서 "애플이 시장점유율이나 판매량보단 높은 마진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IT 전문가 이완 스펜스(Ewan Spence)는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기고를 통해 "연구 개발, 제조, 배송, 유통 등 부수적인 비용을 추가하면 아이폰X 마진은 40%""라면서 애플의 결정은 주주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기록 중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시장점유율을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