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균형외교를 표방하며 미일 중심의 대(對) 중국 봉쇄 전략과 일정정도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7분(현지시간. 한국시간 7시37분)부터 6시20분까지 약 43분 동안 시 주석이 머무는 다낭의 한 호텔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간 만남은 지난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첫 만남 이후 넉달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 갈등으로 최근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봄을 알리는 매화처럼 관계 경색을 돌파하자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한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한중간에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에서 한반도 사드배치를 긴급 결정하면서 1년 4개월간 지속된 한중 관계 경색을 타파하고, 관계 정상화를 통해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나가자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언급에 "이제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화답하면서 양국 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도발 등 현 한반도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다음달 중 세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에서 열기로 전격 합의하는 등 관계개선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7월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 6차 핵실험 감행 등 북한의 잇단 도발 정국에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 등과 잇달아 전화통화를 하며 한반도 상황을 공유했지만 시 주석과는 통화 한번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소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이날 북핵 문제 접근법에 공통의 인식을 표하고,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은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천명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지만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미일 동맹의 대(對) 중국 봉쇄 전략에 거리감을 두기도 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창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 미일 양국의 아시아 전략인 '인도·태평양 구상'에도 부정적 견해를 표하면서 시 주석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