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구분을 두지 않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선호하고 있어요. 다큐멘터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반대합니다. 중요한 건 관객들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스토리를 중심으로 본 후에 메시지를 느끼면 되는 겁니다. 메시지를 느끼게 하려고 스토리텔링을 덜컥 거리게 만드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대개 사회비판적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현대인과 다른 양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삶을 내밀하게 보여주면서 굳이 어떤 메시지를 전시하지 않아도 그 진심에 다가가게 한다.
"무엇을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지가 중요하죠. 사실은 구호 세 번 외쳐서 말로만 끝내도 되는 이야기잖아요. 결국 영상은 또 다른 예술의 세계인 겁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기수이고, 스토리는 말입니다. 스토리가 쉬지 않고 시간을 달리다가 골인지점에 서고 그러면 메시지가 내립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안되면 메시지 전달에는 실패하는 거죠."
"이런 질문들을 하더라고요. 영화 속에 나온 저 두 사람이 진짜 부부인 게 맞느냐. 그런데 이런 질문에 또 진짜 부부가 아니면 저런 영화가 나올 수가 없다고 답하는 것도 봤어요. 그러니까 관객들은 저 영화가 진짜인지 아닌지 신경쓰지 않고 보지만, 모든 것이 '진짜'인 다큐멘터리의 힘을 느끼는 겁니다.
농촌에서 순박하게 자라난 어린 시절을 보여주듯, 진모영 감독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해 따뜻하게 접근한다. 특히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위대함'과 '숭고함'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노동이 이렇게 천시된 세계에 살고 있지만, 밥벌이만큼 숭고한 게 없어요. 누가 감히 노동을 업신여길 수 있겠어요. 저는 주인공들이 그런 사람들이길 원해요. 나와 같이 일하고, 고뇌하고, 몸부림치지만 그 정신이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성인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