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리뷰] 얼굴인식·애니모지 '굿'…혁신? 가격은 '경신'

베젤리스 '시원', 인물 사진 'DSLR급'…M자 탈모 거슬려

아이폰X.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처)
지난 11월 3일 국내 아이폰 8이 상륙하는 날, 일본에서는 아이폰X이 출시됐다. 아이폰X 출시일 현장 취재를 위해 전날 오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아이폰8은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어 1차 출시국에서 이미 흥행에 실패했단 소식이 들려온 터라 크게 기대되지 않았다. (또 당시만해도) 국내 연내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국내엔 아직 없는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X 출시 당일 열기도 느껴보고 싶었다.

취재 겸 애플스토어 앞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에 기자도 참여했다. 운좋게 아이폰X 스페이스 그레이 256GB를 손에 넣었다. 출고가는 12만 9800엔, 세금 포함 14만엔이었지만, 국내 출고가 163만원보다 23만원 가량 쌌다. '땡처리 티켓' 값은 건지고도 조금 남았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아이폰X을 직접 써본 후기를 전한다.

◇ "베젤리스 대화면, 시원한 느낌"…"사라진 홈버튼 금방 적응돼"


첫 인상은 일단, 눈이 밝고 시원해진 느낌이다. 베젤을 없애 전면 모두 화면이 차지하고 애플이 최초로 탑재한 OLED 디스플레이 공이 큰 듯 하다. 혹자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것 처럼 선명하고 색상 표현이 완벽하다"고 하는데, 조금은 과장된 듯하지만 고개는 끄덕여지는 표현이다.

홈버튼이 사라진 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아이폰X은 화면 하단에 손가락을 댄 뒤 '휙~' 올리는 '스와이프 업(swipe up)'으로 홈버튼을 대체했다.

처음엔 다소 어색했다. 앱을 끄려고 홈버튼이 있던 화면 하단을 무심코 누르기도 했다. 그러나 홈화면으로 돌아가거나 앱을 정리할 때 오히려 예전보다 속도가 빨라진 듯했다. '툭' 하면 끝나는 제스처에 금방 적응됐다.

다만 문제는 크기다. 대한민국 평균 여성 체격인 기자에게 아이폰X은 한 손으로 들고 스와이프 업을 하기엔 조금 무리였다. 한 손으로 아이폰X을 쥐고서 엄지 손가락으로 하단을 쓸어올리는 데 줄곧 실패했다. 괜히 더 시도하다 초고가의 폰을 행여 떨어뜨릴까봐 불안했다. 그냥 두 손으로 쓰기로 했다.

전후면은 모두 유리, 테두리는 스테인리스지만 어디까지가 한 소재이고 다른 소재로 넘어가는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게 마감처리됐다. 둥근 테두리는 안정된 그립감을 선사했다.

색상은 실버와 스페이스 그레이 두 가지다. 특히 이 우주 회색이란 색깔은 막눈엔 그저 '블랙'이었다. 차분하긴 하지만 골드나 로즈골드나 골드피니시같은 잘 빠진 색상이 없는 건 다소 아쉬웠다.

◇ 페이스ID 속도 빨라, 매번 눈맞춤 번거롭기도…애니모지 신선·재미

아이폰X 애니모지 기능. 원숭이, 강아지, 여우 등 12가지 동물 캐릭터가 사용자 표정을 똑같이 흉내내고 목소리도 녹음해 현재 내 기분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사진=김연지 기자)
애플이 아이폰X에서 주장하는 혁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얼굴 인식 '페이스ID(아이디)', 둘째, 애니모지, 셋째, 카메라 기능 강화로 꼽을 수 있다.

아이폰X 키노트 당시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던 얼굴인식 시스템인 '페이스ID(아이디)'는 신선하고 획기적이었다.

천천히 전후좌우로 얼굴을 돌려 내 얼굴 등록만 해두면, 폰을 들어 쳐다만봐도 잠금이 쉽게 해제된다. 속도도 빨랐다.

안경을 끼고 있어도 머리를 풀거나 묶고 있어도 잠금은 금방 해제됐다. 단 두 눈을 모두 마주쳐야만 했다. 한 쪽 눈을 뜨는 것까진 상관없었지만 두 눈을 모두 감았을 땐 풀리지 않았다. 또 정면으로 폰을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바쁜 업무 도중이나 회의 도중 온 메시지를 확인할 때 굳이 폰과 눈맞춤을 해야하는 건 다소 번거롭기도 했다.

자다가 메시지가 와 폰을 볼 때도, 시력이 나쁜 탓에 안경이 없으면 얼굴 가까이서 폰을 볼 때가 많은데 아이폰X 잠금을 풀려면 고개를 들거나 팔을 뻗어 폰과 얼굴 거리를 일정하게 둬야만 했다.

또 페이스 ID로 잠금을 풀어도 곧바로 홈 화면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스와이프 업을 해야 홈으로 넘어간다. 한 단계가 더 추가된 것이다.

애니모지 기능은 정말 큰 웃음을 줬다. 애니몰+이모티콘을 합한 이 기능은 원숭이, 강아지, 여우 등 12가지 동물 캐릭터가 사용자 표정을 똑같이 흉내내고 목소리도 녹음해 현재 내 기분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눈을 크게 뜨거나 찡그린 표정, 입을 삐죽대고 부르르 털거나 한쪽 뺨을 부풀리는 등 미세한 움직임도 그대로 잡아냈다. 동물 캐릭터의 귀여움은 덤이다.

◇ 인물 모드 DSLR 카메라로 찍은 듯…M자 탈모 영상 시청시 거슬려

아이폰X 사진은 스마트폰이 아닌 진짜 카메라로 찍은 느낌이다. 특히 인물사진 모드에서는 DSLR처럼 배경이 흐려지고 피사체는 더욱 선명해지는 아웃포커스가 된다. 스튜디오 조명은 스튜디오 조명을 받는 것처럼 밝고 화사하게, 무대 조명은 배경을 까맣게 하는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다.

M자 탈모로 유튜브 채널 얼굴이 잘린 모습 . (사진=김연지 기자)
문제의 M자 탈모. 아이폰X은 지금까지 아이폰에서 없었던 화면 비율인 탓에 앱 화면이 아직 최적화가 안된 상태다. 즉 국내 대부분 앱은 아이폰X 베젤리스 대화면에 가득 차는 게 아니어서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앱 실행 시에는 M자 탈모로 인한 거슬림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달라진 화면 비율에 금방 적응한 페이스북이랑 유튜브 앱을 쓸 땐 M자 탈모가 눈에 확 띄었다. 기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얼굴 일부를 없애는 아픔을 주기도 했다.

동영상을 볼 때가 가장 문제였다. 베젤리스로 화면이 시원해진 느낌은 확실히 있지만, 시가총액 1조를 앞뒀다는 애플이 소위 '뿔'이라고도 불리는 'M자 탈모' 하나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거슬렸다. 차라리 상단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고 보는 게 영상에 집중도를 높였다.

결론은? 기능이 강화는 됐지만 혁신은 없다. 간편해지고 빨라지고 보안 수준도 높아졌다지만, 10년 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그 이상의 충격은 스마트폰 다음 기기가 나올 때까진 아마 힘들지 않을까. 다만, 혁신 대신 가격은 경신됐다.

폰을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어째 모시고 다니는 기분이다. 1년 뒤면 구형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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