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축구' 드디어 희망을 쏘아올렸다

신태용호가 5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이한형 기자)
한국 축구는 위기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도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고,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목표로 했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기에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까지 겹쳤다.

비난은 10월 유럽 2연전 이후 더 거세졌다. 해외파로만 꾸린 반쪽 대표팀이지만,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완패하며 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 날카로워졌다.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

한국 축구에게는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었다.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잡아야 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희망을 보여드리겠다"고 절치부심으로 준비했다. 스페인 댚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베테랑 코치를 영입한 것도 그 과정이었다.

그리고 한국 축구가 희망을 보여줬다. 10일 남미 강호 콜롬비아(FIFA 랭킹 13위)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순한 축구?…투지를 보여줬다

스페인 출신 베테랑 토니 그란데 코치가 한국 축구를 통해 받은 첫 인상은 "순한 축구를 한다"였다. 신태용 감독도 인정한 부분이다. 특히 유럽 2연전에서는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가 실종됐다.

하지만 콜롬비아전은 달랐다. 선수들 모두 한 발씩 더 뛰었고, 때로는 거친 몸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측면 자원으로 콜롬비아전 중앙에 배치된 고요한(서울)은 끈질기게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를 괴롭혔다. 로드리게스가 경기 내내 짜증을 낼 정도. 측면 수비수로 나선 최철순(전북)과 김진수(전북)도 공격에 적극 가담한 뒤 쉬지 않고 수비에 가담하는 등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었던 측면 수비 불안을 해결했다.

이밖에 이재성(전북), 이근호(강원)도 전방에서부터 콜롬비아를 압박했다.

중국화라는 평가 아래 늘 논란의 중심이었던 중앙 수비수들도 제 몫을 했다. 권경원(텐진 취안젠)과 이제는 일본으로 이적한 장현수(FC도쿄)은 콜롬비아 공격수들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후반 31분 세트피스 실점 상황을 제외하면 큰 위기 없이 콜롬비아 공격을 막아냈다.


유럽 2연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였다.

신태용 감독도 "우리 선수들 이번에 모여서 첫 날부터 하는 행동이나 눈빛이 긍정적이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을 많이 보였다"고 활짝 웃었다.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넣은 손흥민. (이한형 기자)
◇중심을 잡아준 유럽파의 건재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중심은 단연 유럽파였다. 하지만 최근 유럽파의 활약은 지지부진했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을 제외하면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 잡기에 급급했다. 손흥민 역시 소속팀에서와 달리 대표팀에서는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전에서 유럽파들이 건재를 과시했다.

일단 손흥민이 살아났다.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서 전반 11분과 후반 16분 두 골을 몰아쳤다. 10월 모로코전에서 페널티킥을 넣었지만, 필드골은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1년 만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손흥민을 처음으로 투톱으로 세웠다.

신태용 감독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손흥민이 살아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예선 9~10차전은 손흥민 활용법이 아니라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 색깔을 못 냈다"면서 "토트넘 경기를 많이 보면서 손흥민이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야 우리 팀이 좋아질까 고민했고, 자연스럽게 4-4-2로 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이적 후 대표팀에서 활약이 없었던 권창훈(디종FCO)도 펄펄 날았다.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냈다.

신태용 감독도 "4-4-2 포메이션에서 양쪽 윙 포워드에 권창훈과 이재성(전북)을 염두에 두고 뽑았다"면서 "젊은 선수들이라 움직임이 많아.체력적으로 도움이 됐다. 수비 때 안으로 좁혀들어오고, 공격 때 공간을 벌리며 연계 플레이를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역시 기성용이었다. 다시 주장 완장을 차고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어둡기만 했던 한국 축구가 희망을 쏘아올린 콜롬비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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