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스 멘탈 흔든 고요한의 '지우개 수비'

선수 밀치고 짜증까지… 고요한 수비에 제대로 흔들린 하메스

'어딜 도망가!'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고요한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세계적인 축구스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수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고요한(FC서울)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며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의 발을 꽁꽁 묶었다. 끈질긴 수비로 하메스를 고요하게 만든 고요한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친선경기에서 손흥민 멀티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부임 이후 4경기(2무 2패)에서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던 신태용 감독은 5경기 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다.

안방에서 승리가 절실했던 한국은 4-4-2 전술로 콜롬비아를 상대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근호(강원FC)가 투톱으로 상대의 골문을 겨냥했다.

특이한 점은 기성용의 중원 파트너로 고요한이 나선 부분이었다. 고요한은 과거 소속팀에서 중원에서 뛴 경험이 있지만 그의 주 포지션은 측면 수비였다.

신 감독은 콜롬비아의 간판스타 하메스 공격력 약화를 위해 수비 능력이 탁월한 고요한을 중원에 배치하는 깜짝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리고 이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고요한은 경기 시작과 함께 하메스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요한은 낮은 무게중심을 유지하며 남미 선수들과의 볼 다툼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요한의 '지우개 수비'에 하메스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경기가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흥분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사소한 파울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넘어져 있는 한국 선수를 거칠게 끌어 올리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행동까지 나왔다.

'고개숙인 하메스'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축구 친선 경기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전반 경기에서 하메스가 땀을 닦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하메스를 끈질기게 수비하던 고요한은 전반 31분 옐로카드를 받았다. 비록 카드를 받긴 했지만 상대의 역습을 끊어내는 영리한 파울이었다.

멘탈이 흔들린 하메스는 이후 심판의 눈을 피해 고요한의 가슴을 때리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후반에는 김진수(전북)에 거친 파울을 가한 뒤 이를 항의하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메스의 발이 꽁꽁 묶이니 콜롬비아의 공격 파괴력도 다소 힘이 빠졌다. 오히려 위협적인 장면은 한국의 공격 장면에서 더 많이 나왔다.

전술의 성공이었다는 평가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신태용 감독이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나 잉글랜드 레스터시티처럼 중원과 수비에 확실한 두 줄을 세워 공간 안에 상대를 가두는 전술을 썼다. 그래서 하메스 같은 선수들이 활약할 여지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고요한을 비롯한 한국 수비진은 후반 중반까지 콜롬비아 공격진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냈다. 그러나 후반 31분 세트피스에서의 실점은 옥에 티로 남았다.

5경기 만에 짜릿한 승리를 맛본 '신태용호'. 고요한의 '지우개 수비'는 이날 승리의 확실한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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