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씨는 딸 서연양의 치료를 위해 지속적으로 국내외 병원 진단을 받아왔고, 학교 교사와 생활기록부 등을 볼 때 서 씨가 평소 딸을 방치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로 고발된 서 씨에 대해 "범죄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서 씨는 지난달 21일 김 씨의 친형인 김광복 씨로부터 "딸 서연양이 급성 폐렴으로 위독할 때 응급 조치를 소홀히 해 사망하게 만들고, 딸의 죽음을 숨긴 채 저작권 소송을 종료시켰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됐다. 검찰은 같은 달 23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가 딸 서연 양을 방치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서 씨가 딸이 정신 지체와 신체 변형을 유발하는 가부키 증후군을 앓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병원을 찾은 기록을 확인했다.
진료기록 등에 따르면 서 씨는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월까지 딸을 독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았고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도 진단을 받은 기록이 있다.
또 생활기록부 등 학교 기록과 교사, 친구, 학부모들의 진술을 검토하고, 일기장과 휴대전화 문자 등을 분석한 결과 서 씨가 평소 딸을 방치한 정황은 없었다고 결론 지었다.
경찰은 서 씨가 딸의 급성 폐렴을 알고도 119 신고를 늦추는 등 방치했다는 의혹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의료기관과 전문의 자문을 통해 "가정에서 감기와 폐렴 증상을 구분하기는 어렵기에 서 씨가 급성폐렴을 예측할 수는 없었을 것"이며, "가부키 증후군의 특성 상 면역 기능이 약해 급격히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서연양은 폐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고 혈액에서는 감기약 성분만 검출됐다.
또 경찰은 딸 서연 양이 사망한 지난 2007년 12월 23일 당시 서 씨가 오전 5시 14분쯤 119에 신고를 했고, 5시 35분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딸이 심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 씨가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했다고 진술했으며, 구급대원이 심폐 소생술을 계속 실시했으나 병원 도착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소송 사기 혐의도 경찰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앞서 고발인인 김 씨의 친형 광복 씨는 2008년 지적재산권 소송 당시 서 씨가 서연양의 죽음을 숨긴 채 소송을 진행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서 씨가 서연양 양육을 이유로 조정합의를 요청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재판 기록을 검토한 결과 광복 씨 측이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법원 측에 "모든 청구를 포기하고 비영리 목적의 김광석 추모공연 등에서 무상으로 음원 사용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조정을 먼저 신청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 씨 측이 조정에 응해 김광석 씨 추모공연에 무상으로 음원을 사용하도록 허가해준 것"이라며 "딸의 생존 여부가 재판 과정에 중요 쟁점이 된 적이 없으며 음원을 사용하게 해준 것이 서 씨에게 금전적 이득을 줬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민사소송법 제238조에 따라 서 씨가 딸의 사망을 법원에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인 딸이 사망하면 소송을 일시 중단하고, 상속인인 서 씨가 절차를 수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딸의 사망 당시 변호사가 선임돼 있었으므로 소송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었으며 법원에 고지할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김 씨의 형 광복씨는 이날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무혐의가 면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딸의 죽음을 철저하게 숨기고, 그 대가로 광석이의 저작권을 상속받은 동거인과 함께 산 서해순의 삶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광석이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면서 "돈은 탐욕을 따라갈 뿐이다. 듣고 싶은 자유 마음껏 누리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서 씨의 유기치사와 사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