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으로 모으는 대형 FA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FA 공시 이후 이틀이 지났지만 굵직한 FA 계약은 감감무소식이다.
물론 수십억에서 100억대까지 엄청난 금액이 오가는 만큼 단시간에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몸값을 놓고 밀고 당기는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터. FA와 원 소속 구단의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된 지난해도 4일이 지나 두산 김재호의 4년 50억 원, 첫 FA 계약이 발표됐다.
하지만 올해는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모양새다. 이른바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 몸값에 대한 FA들의 자존심을 놓고 벌어지는 '눈치 싸움'이다.
올해 스토브리그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물론 FA로 공시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FA들인 해외파와 국내 선수까지 섞여 있다. 이런 복잡한 양상 속에 누가 최고액이 될지 관심인 상황이다. 또 먼저 맺어진 계약은 남은 FA들의 협상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사상 첫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KS) MVP를 석권한 양현종(29)은 지난 6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해외 진출을 포기하고 KIA에 잔류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 우승의 일등공신인 데다 22년 만의 토종 선발 20승을 거둔 만큼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할 KIA다.
하지만 아직 다른 대형 FA들의 계약이 발표되지 않았다. KIA로서는 팀 에이스의 자존심을 위해 다른 FA들의 계약 규모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허영택 KIA 단장은 KIA 잔류를 선언한 양현종에 대해 지난 8일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가지 않았고, 어려운 계약이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뒤 KIA와 1년 22억5000만 원 계약을 맺었다. 4년으로 환산하면 90억 원 규모다. 미국 진출 뒤 유턴한 윤석민이 2015년 KIA와 맺은 액수와 같다. 그러나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에이스로 군림한 양현종의 공로를 감안하면 올 시즌 전 4년 100억 원에 계약한 4번 타자 최형우 못지 않은 대우를 해줄 가능성이 크다. 3년 계약이지만 4년 환산으로는 능가할 수도 있다.
다른 후보들은 해외파들이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KBO 리그 복귀를 노리는 김현수(29)와 황재균(30)이다. 최근 FA 물가를 보면 이들도 4년 100억 원 안팎의 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다만 몸값 거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엄밀히 따져 MLB 도전에 실패한 선수가 4년 1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는 데 대한 따가운 시선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공기업 성격이 강한 kt로서는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황재균은 분명 리그 정상급 3루수지만 100타점을 넘긴 게 롯데에서 뛴 지난 시즌 1번뿐이었다. 꾸준히 활약을 해온 최형우와 동급의 대우를 받을 선수는 아니라는 의견이 적잖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FA들의 동향을 보고 발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다운 계약서'의 방법도 있으나 공식적인 발표액도 여론 반응의 중요한 바로미터인 까닭이다.
김현수도 쉽게 계약이 발표될 상황은 아니다. 친정팀 두산은 이미 리그 최고의 외야진을 갖추고 있어 김현수 영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은 주전 우익수 민병헌(30)도 FA로 풀렸다. 김현수까지 2명을 다 잡을 여력은 없는 두산이고 보면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다만 김현수는 팀의 간판이었다는 상징성과 김태형 감독이 아끼는 신일고 후배라는 점이 변수다. 선택할 시간이 필요한 두산이다.
올해 FA 최대어로 꼽히는 손아섭(29)은 MLB 진출이 변수다. 이미 지난달 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온 손아섭이다. 본인도 세계 최고의 무대에 대한 꿈이 크다. 원 소속팀 롯데는 몸이 달아 있지만 어쨌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롯데는 포수 강민호(32)와 계약도 마무리해야 할 처지다. 2013시즌 뒤 4년 75억 원 당시 최고액에 도장을 찍은 강민호는 여전한 기량과 많지 않은 나이로 그 이상의 대박을 노리고 있다. 역시 간단치 않은 협상이 될 FA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22명. 이들 중 자격 유지나 FA 신청을 포기한 선수들이 꽤 나왔다. 결국 스토브리그 최고액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 중에서 나온다. 과연 누가 대형 FA 1호 계약의 주인공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