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을 두고 경쟁을 하는 민주당은 국민의당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 주장에 적극 대응할 경우 호남만 챙겨준다는 역차별 오해를 살 수 있어 난감하다. 일단은 ‘호남 홀대론’ 프레임에 말려들어 좋을 게 없다는 판단하에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9일 전남도와의 예산정책간담회에서 호남 SOC와 관련해 "전남 SOC 예산 삭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며 "그런데도 여당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당은 전남 예산삭감의 정당성을 두둔하기 바쁘다"며 민주당을 저격했다.
이날 같은 당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권은희 수석부대표를 비롯해 황주홍 예결위원 간사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SOC예산을 20%삭감하면서 호남의 주요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호남권 SOC 1조6천억 원 증액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공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락한 호남 민심을 되살리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위의장은 "실제로 호남 SOC가 줄었다"면서도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많고, (호남 예산안 확보를 통해)호남 민심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은 '사람 중심의 예산' 이라며 전 지역에서 SOC 예산이 줄고 복지예산이 늘어난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나마 공개석상에서 국민의당 주장에 적극 반박하고 있는 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을 지역으로 둔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호남 SOC예산은 전체 평균 삭감률 20%보다 낮은 16%정도 줄었다"면서 "초반에 당 차원에서 해명에 적극 나서면서, 이미 충분히 호남 지역민들이 예산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 한 관계자는 "우리도 난감하다. 우리 의원들이 호남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강원, 충청, 대구 등에도 다 있는데 어느 한 지역만 챙긴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자유한국당 입당으로 원내 1당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입법연대를 꾀해야 하는 민주당 내에서 호남 예산을 고리로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당의)정치적 절박성은 이해하지만 예산은 전 국민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집행될 수 있는지를 따지는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다만 "내년 현실적 집행율을 감안해서 예산 증액할 수 있는 부분은 증액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