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후분양제' 둘러싼 정부·소비자·건설사의 셈법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정당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집 제공'이라는 목표아래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부영아파트 사태'처럼 부실공사를 비롯한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선분양제는 주택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 1977년 정부가 재정 부담 없이 주택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건설사 위주인 아파트 선분양제에서는 소비자가 '모델하우스'만 보고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어 실제로 지어진 아파트가 모델하우스 이미지와 차이가 나는가 하면, 공사 부실을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또, 지어지지도 않은 집의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제시하는 금액이 사실상 분양가로 결정되면서 건설사의 이익은 커지고 소비자의 부담은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선분양제의 대안으로 후분양제를 공공부문부터 도입해 점차 민간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LH 공공분양부터 후분양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고 밝혀 후분양제의 단계적 도입 방침을 밝힌바 있다.

후분양제는 집이 80% 완성된 뒤 분양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건설 상황과 실물을 직접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부실 공사를 비롯한 선분양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내가 살 집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최초 이미지와 다르다거나 부실공사로 인한 시시비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소비자에게 분명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선분양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는 해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공사자금 마련이 쉽지 않게 돼 주택공급 물량이 줄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집값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선분양제에서는 건설사들이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통해 공사비를 충당해 왔지만, 후분양제에서는 이 같은 방법이 불가능해 전반적인 주택 공급량이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주택 공급량이 줄게 되면 집값은 다시 오르고 이 과정에서 '로또 분양'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또, 소비자들은 분양과 동시에 집값을 한꺼번에 치러야 하기 때문에 자금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금동원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며 제도 도입에 앞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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