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는 지난 7월 20일 가이드라인 발표에 이어 지난달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확정·발표했다.
기간제는 가이드라인 발표 후 지체없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가급적 올해 말까지 전환해야 한다. 파견·용역은 현 업체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업체와 협의 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연차별 전환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기간제 근로자 5만 1천명과 파견·용역 근로자 2만 3천명 등 전국에서 총 7만 4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20만 5천명이 전환된다.
◇ 국비사업 기간제, 판단 어려워 고심
지자체들은 특히 국고보조금 사업에 투입된 기간제근로자들의 전환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고용부 가이드라인에는 발표 시점에서 연중 9개월 이상 상시·지속되는 업무이면서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국비가 들어간 일자리사업은 대부분 한시적인 사업으로,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국비를 지원해서 인건비를 주는 사업이 많다는 것.
이에 따라 중앙 각 부처의 판단이 절실하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지침을 담은 공문은 어디에서도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은 혹시 정부가 바뀌거나 일자리사업이 끝났을 때 국비를 안 내려주면 인건비를 평생 떠안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얼마나 지원될지도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선 국비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가이드라인 기준에 맞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도는 지난 1일 '무기계약근로자 전환심의위원회'를 열고 기간제근로자 등 비정규직 306명을 내년부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01명이 국비사업 근로자다.
하지만 도내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아직까지 정하지 못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사업 대부분이 정부 지원사업으로 해당되는 사람이 각 시·군마다 100명에서 200명이 왔다갔다 한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애매해 혼란을 겪고 있어 솔직히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용부도 지자체들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해당 중앙 부처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비사업 같은 경우 계속 사업으로 중앙 각 부처에서 지원을 해주면 전환을 할 수 있는데 명확하지 않아 대상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은 각 기관에서 판단해서 해야 될 부분"이라며 말했다.
지자체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22일 청소·경비의 정년 65세 연장을 권고한 추가 지침에 대해서도 지자체에서는 같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추가 지침이 권고사항이다 보니 지역마다 차별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고령자 다수 근무 직종인 청소·경비 직종을 고령자 친화직종으로 선정하고 파견·용역 근로자 50여명에 대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추가로 정규직 전환 조치했다.
도의 선제적 조치에 도내 시·군들에게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군들이 아직 결정하지 못해 낙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최소한 시행시기라도 올해 안에 모든 방침을 정하라는 고용부의 정책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7월 20일에 발표하고 그 다음주에 공청회에 들어가 직원들이 여름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며 "다른 업무도 못하고 계속 야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지자체들이 올해 안에 비정규직 전환 방침을 세우려는 이유로는 기관 평가가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정규직 전환 노력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정규직 전환결정기구의 조속한 구성, 전환 계획의 적극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관장들은 자신의 거취가 결정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평가 점수에 굉장히 민감하다"면서 "때문에 경영평가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오히려 고용부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한 14만 1천명의 비정규직까지 모두 전환시켜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비정규전략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예외조항을 최소화하거나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며 "권고 사항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교·강사, 의사 등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선수 등 전환하기 어려운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14만 1천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전환 예외자로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