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에 동행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한국 외교가) 북핵 문제와 연결된 미·중·일·러 4강 외교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이번에 한미FTA와 한중 사드 갈등 등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G2(미국·중국) 중심의 외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리 당국과 국민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이에 따라 정부는 미·중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과 달리 러시아와의 신북방정책, 동아시아와의 신남방정책을 중심으로 한 경제외교로 새로운 번영축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아세안을 포함한 신남방국가들은 한국에 있어서 기회의 땅"이라며 "인구만 해도 6억4000만명에 국내총생산(GDP)만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 "아세안 국가들은 젊음의 땅이다. 주민 평균연령이 28세이고 앞으로도 경제성장률이 꾸준히 5~6%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미 열강들은 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알고 미리 움직였다"며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일본은 1977년부터 아세안 시장을 공략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접근이 아닌 중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아세안 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보좌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세안 시장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이라며 "그동안은 단발적 정책에 머물렀고 중장기적인 큰 틀의 접근이 간과됐다"고 아쉬워했다.
또 "그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에 불만이 있었고 특히 한국의 정상이 여러번 왔다갔는데도 남는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아세안과의 교역량을 대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김 보좌관은 "오는 2020년까지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 규모를 20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는 현재 2100억 달러 규모인 중국과의 교역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한중 사드 갈등으로 인한 경제보복에서 확인했듯이 중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국가 차원의 외국 자본 배제 흐름을 타개할 새로운 시장 모색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 확대를 위해 '사람 중심의 교역', '공동번영', '평화적 번영'이라는 3가지 키워드도 내놨다.
김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이지만 내년 이 시점에는 또다른 아세안 국가를 순방할 예정"이라며 "오늘 인도네시아에서 신남방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아세안 문재인 독트린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