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8일 국회 연설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군사적 이단국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는 국가” “북한은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 등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해서는 ‘폭군’ ‘독재자’라는 표현을 수시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곳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제체의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라며, “하나님과 인간에 대해 당신이 지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중단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메시지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우려와 적극적인 의미부여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본심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한미정상회담은 잘 된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의 연설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대화는 없다는 의미”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은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 현실을 이제 인정해야한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을 향해 유엔 안보리 제재의 이행과 함께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고 무역 관계를 단절시킬 것을 촉구한 대목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의 행동을 제약한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중국으로 떠나는 길에 완전히 지뢰를 깔아놓고 갔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기자회견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국면이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북한은 최고 존엄을 중시하는 특이한 나라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비난에 대응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특히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비판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장시간 직접적으로 비판한 적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볼 때 북한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북한식 ‘성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찬반을 떠나 미국 대통령의 북한관이 매우 논리적으로 종합적으로 표출된 만큼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도 참고해야할 자료라는 평가도 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북한 체제와 정책의 문제점을 역사적으로 논리적으로 총체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대북정책관의 종합’에 해당하는 만큼 북한은 물론 우리로서도 의미를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켓맨’이나 ‘분노와 화염’처럼 단편적이고도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북한에 대해 샅샅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표출했다”며, “북한 역시 이성적으로 향후 행동을 잘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옵션’ 발언보다도 훨씬 강한 경고”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을 높이는 두 요인, 즉 ‘김정은 변수’와 ‘트럼프 변수’ 중 트럼프 변수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한미 간에 군사력의 사용 대신 힘의 우위를 통한 억제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발언한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의 버전으로 얘기한 것으로 특별하게 느끼지는 못했다”며, “한미 간에 군사력의 직접적인 사용이 아니라 힘의 우위를 통한 억제로 합의가 이뤄졌고, 따라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틀 속에서 외교적 해법을 한 번 더 해보자는 의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