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마찬가지"…되풀이되는 관치 논란에 멍드는 금융사

제윤경 "금융기관·유관기관 취업 금융위 출신 30명"

문재인정부에서도 '관치'와 '낙하산' 등 금융사·금융기관장 인선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행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정부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에 개입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관치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이같은 논란의 직접적인 발단은 우리은행 지분의 18.52%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산하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우리은행 차기 행장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정부 산하기관으로 단일최대주주인 예보의 비상임이사가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면 결국 차기 행장 인선에 정부가 개입하는 관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보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권한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앞서 정부가 IMF외환위기 뒤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 소유였던 우리은행의 지분 중 29.7%를 올해 초 7개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하면서 우리은행은 민영화 원년을 선언했다.

우리은행은 이어 비상임이사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과점주주가 추천한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광구 행장을 민영화 1기 행장으로 선출했으나 상황은 불과 10개월 만에 돌변했다.


나머지 정부 지분 매각과 지주체제 전환 등을 통해 완전 민영화로 가려던 길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관치, 낙하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민영화된 은행장 인선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워낙 강한 만큼 정부가 무리수라는 지적을 감수하면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같이 금융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문재인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 (사진=자료사진)
정부는 지난 6월 이명박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김석동 전 위원장을 금융위원장에 다시 기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노동계는 물론 여당의 강력한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론스타-외환은행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데다 2012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해임촉구성명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평지풍파를 일으킨 셈이었다.

지난 9월에는 부산 경남은행 지주사인 BNK금융지주 회장에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선출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촉발됐다.

은행업 경험은 없는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고문을 지낸 점이 부각되면서 '낙하산'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정부는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배경 때문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취임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낙하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당초 지난 8월 신임 이사장을 공모했던 거래소는 한 달 뒤인 9월 후보자 서류심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례적으로 추가공모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유력 후보들이 지원을 철회하면서 사전낙점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 출신인 정 이사장은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경력을 쌓아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몫으로 거래소 이사장 자리가 돌아갔다는 반발을 샀다.

우리은행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낙하산 출신은 임기 동안 이루어야 하는 단기적인 성과와 자신을 지지해 준 집단을 의식하기 때문에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산업과는 달리 금융은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해당 금융기관을 잘 아는 내부 인사들이 조직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지위를 맡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 뒤 유관기관이나 금융권에 재취업한 금융위원회 출신 공무원은 모두 3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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