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를 둘러싼 상반된 평가에 대해 그의 변호인이 입을 열었다. 장씨의 용기에는 '마음의 빚'이 있다고 털어놨다.
장씨 변호인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최후변론을 펼쳤다.
장씨 변호인은 "국정농단 사건은 상식보다 탐욕이 커서 만들어 낸 비극"이라며 "삼성그룹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에 대한 뇌물인지 판단은 변호인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본질이 뇌물인지 강요인지 따지기 전에 탐욕을 앞세워 후원금을 받은 것이 정상적이 아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장씨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사건의 엄정함을 보면 선처 받는 것이 적절한지 확인이 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용기에 마음의 빚이 있다"며 담담히 자기고백을 꺼냈다.
그는 "수사 진행과정에서 '특검도우미', '국민도우미'라는 피고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 난무했다"고 평가했다.
장씨는 특검 조사과정에서 대포폰(차명폰)을 사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통화내역 확보에 기여하고, 최씨가 사용한 두 번째 태블릿PC를 제출하며 국정농단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도움을 줘 '특검도우미'로 불렸다.
하지만 이 같은 별명은 국정농단에 가담한 범죄자로서 분에 넘치는 칭찬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한 장의 사진을 재판부에 꺼내 보였다. 장씨 변호인은 "촛불을 든 아이는 제 아들이다. 변호인도 촛불을 든 적 있다"고 털어놨다.
장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후 "사건의 실체를 밝혀 달라. 역사 앞에 우리 아이들에게 죄인으로 기록되지 말자"고 장씨에게 부탁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설득 이후 장씨가 특검 조사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이어 "마음의 빚은 그 자백의 대가가 혹독했기 때문"이라며 "자기만 살기위해 이모 등에 칼을 꽂고, 상대방 변호인에게 '아이스크림 받아먹으려고 자백했냐'는 조롱도 당했다"고 말했다.
장씨 변호인은 "모두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다독였지만 늘 고마움과 미안함이 상존한다"고 말을 이었다.
앞서 장씨가 아이스크림이나 도넛을 먹고싶다고 특검 측에 요청한 일화가 공개되면 화제가 됐다. 이후 일각에서 장씨에 대한 비난이 제기돼 변호인이 자책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장씨의) 10살 아들이 친구와 싸웠다. 엄마가 감옥갔다고 그래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고 한다"며 "(장씨) 본인 잘못으로 아이까지 낙인찍히는 것 같아 매일 울었다. 죗값이 아이에게 되물림되는 것 같아 후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염치없어 입 밖으로 드리지 못한 말을 하고자 한다. 피고인을 선처해 달라"며 "피고인도 변호인도 선처를 입에 올리기 부담스럽다는 것을 안다. 한 번만 기회를 줬으면 한다. 잘못을 꾸짖되 자숙하며 살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변호인의 최후변론 동안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한 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다 "제가 잘못한 것을 잘 알아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