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천명 개인정보 불법 취득해 1만명 개인정보 무단 활용
강원 원주에 사는 30대 중반의 이모씨는 지난해 7월 기업도시 내 모 아파트 2차 분양을 신청하려고 견본주택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누군가 자신의 명의로 이미 아파트 2차 분양을 신청했다는 황당한 말을 분양대행사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다.
기억을 더듬던 이씨는 같은 해 1월 같은 아파트 1차 분양을 신청했다가 당첨되지 않았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씨는 1차 신청 후 폐기됐어야 할 자신의 아파트 분양 관련 개인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무단 유출됐다는 것을 알고 몹시 불쾌했다.
이씨를 비롯해 1만여명 달하는 아파트 분양 당첨·계약·상담자 명단을 무단 유출하고 이를 부동산 영업에 활용한 분양대행사 직원과 부동산 업자 등이 적발됐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직원 A(30)씨와 이를 부동산 영업에 사용한 부동산 업자 B(39)씨 등 6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원주시 지정면 기업도시 내 모 아파트 분양대행사 대리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보관 중인 5천734명의 아파트 당첨·계약·상담 자료가 든 개인정보를 부동산 업자 B씨에게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A씨를 비롯해 견본주택을 돌며 떴다방을 운영하는 C(61·여)씨, 아파트 입주 예정자 인터넷 카페 운영자 D(40)씨 등으로부터 3만6천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중 1만450명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동의 없이 무단으로 아파트 마케팅 사이트(MGM)에 등록, 분양권 전매 등 부동산 영업에 활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MGM은 아파트 분양대행사에서 부동산 업자가 소개한 고객과 계약을 하면 일정액 수수료를 부동산 업자에게 지급하고 부동산 업자는 이 중 일부를 고객과 나눠 서로 이득을 챙기는 방식이다.
B씨는 MGM에 개인정보를 무단 등록을 해도 피해자(제공자)들이 이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설령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도 MGM을 통해 아파트 분양 당첨 시 일정액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개인정보 무단 유출에 대한 피해 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점도 악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한 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아파트 분양뿐만 아니라 보이스 피싱, 스미싱, 파밍 등 신종 금융 사기 범죄에도 악용되는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경찰은 "타인에게 개인정보 제공 시에는 사용 목적과 제3자 제공 범위 등을 반드시 따져 물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