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하청노동자 45명 사망…조선소 하도급 막아야 죽음 멈춘다"

■ 방송 :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손성경 PD, 주소원 작가실습생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이김춘택 위원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 김효영 : 기억들 하실 겁니다.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에 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최근에 잇따라 발생했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발족했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 좀 들어보려고 합니다.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이김춘택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 만나보겠습니다.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 이김춘택 : 네, 안녕하세요.

◇ 김효영 :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부터 설명을 해주시면요?

◆ 이김춘택 :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가 나고 노동계에서는 사고조사에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 노동자나 노동계에도 참여해달라고 요구를 줄곧 해왔습니다. 그런데 노동부 입장은 사고조사는 검찰과 노동부의 고유 권한이다 그래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요.

지난 7월 3일 제50주년 산업안전보건의날 메시지로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에 직접적인 사고원인뿐만 아니라 제도, 관행, 시스템까지 조사할 수 있는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한 다음에 정부에서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할 때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 발표 이후 3일 만에 또 STX에서 폭발사고가 나서 4명의 하청노동자가 돌아가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의 첫 번째 사례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를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로 조사를 하게 된 것이고요. 지난주 목요일(2일)에 위촉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김효영 : 일단 조사대상은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이 되겠군요?

◆ 이김춘택 : 네, 그렇습니다.

◇ 김효영 : 위원회 구성은 만족하십니까?

◆ 이김춘택 :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인데요. 우선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참여 사고조사위원회가 어떻게 구성이 돼야 되고 어떤 방향에서 활동을 해야 되는지 사전 공청회 등을 통해서 의견 수렴이 됐어야 하는데 일정에 쫓겨서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측면이 시작부터 문제가 좀 있고요.

그 다음에 어쨌든 사고조사를 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해야 하는데, 주로 전문가 위주로 위원들이 구성되어있고 또 서울에 계신 분들이 많아서 4개월 동안 사고조사기간 동안에 과연 현장에서 얼마큼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고,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좀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현장 노동자들은 사고 이후에도 현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직접 현장에 내려와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자료나 서류를 통해서만 조사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주로 어떤 분들이 들어가 있는 겁니까?

◆ 이김춘택 : 산업안전과 관련된 전문가분들 그리고 산업안전제도와 시스템과 관련된 전문가분. 주로 교수, 학자, 변호사 이런 분들이 많이 들어와 계시고요. 현장노동자도 2명, 현장 조선소 임원을 하셨던 분들 2명 이렇게 들어와 계시는데요. 저희 입장에서는 과연 얼마만큼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될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효영 : 전체 위원이 몇 분이나 됩니까?

◆ 이김춘택 : 네, 전체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있고요. 일주일에 1회 정도 회의를 해서 내년 2월 말까지 4개월 동안 활동을 하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전문가분들은 이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 오랜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긴 합니다. 그런데 어쨌든 위원회 구성과 활동에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만큼 제대로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활동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알겠습니다. 앞으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조사위원회의 궁극적인 목적 아니겠습니까?

◆ 이김춘택 : 네, 맞습니다.

◇ 김효영 : 어떤 점이 조사되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 이김춘택 : 저희가 조선소의 '위험의 외주화'라고 보통 이야기를 하는데요.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가 사고의 가장 근본적이고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소 자체가 생산직의 80% 정도가 하청노동자로 이뤄져있고 또 그 하청노동자는 하청의 재하청으로 해서 약 5백여 개의 하청, 재하청업체에 나누어 소속되어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총체적인 안전 관리를 불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저희들은 보고 있고요. 이번 사고조사를 통해서 사고의 기술적인 문제 내지는 직접적인 원인뿐만 아니라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김효영 : 그런데 이 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어떤 법적 구속력을 가집니까?

◆ 이김춘택 : 일단 위원회는 4개월 동안 활동을 한 다음에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게 되어있고요. 위촉식에서도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이 위원회가 제안한 정책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노동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적극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법률적으로 보면 위원회가 법적인 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직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제안하는 내용들이 법률적 제도개선으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고요. 또 법률개선은 노동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지금 생각할 때는 노동부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초에 의지를 제대로 살려서 사고조사 결과가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실시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효영 : 결국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동안 국회에서 원청 대표의 책임을 묻기 위한 법안은 발의가 되어있었던 거 아닙니까?

◆ 이김춘택 : 네. 지금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라고 해서 중대재해가 났을 경우에 원청의 최고 경영자에 책임을 묻는 법안이 이전부터 발의가 되어있는데 아직까지 통과가 안 돼있는 상황이고요.

이번에 삼성중공업 사고나 STX조선 사고의 경우에도 최고 경영자는 아예 책임에서 제외됐고요. 그 밑에 실제 생산총괄 책임자들이 기소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는데, 결국에는 두 사건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사실 원청이 책임지고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현실이고. 하루빨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가 돼서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돌아가시는 중대재해가 났을 경우에 최고 경영자가 제대로 책임을 묻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의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돼야 되는 거군요.

◆ 이김춘택 : 뿐만 아니라 저희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가장 큰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건설업에서는 다단계 하도급이 법으로 금지가 돼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업은 아직까지도 다단계 하도급이 법적으로 금지돼있지 않아서 이것을 줄이고 막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서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얼마만큼 위험의 외주화와 밀접히 연관되어있는지 밝혀지고, 이것이 계기가 돼서 조선업에서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시키는 그런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합니다.

◇ 김효영 : 다단계라고 하면 몇 단계까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사진=경남소방본부 제공)
◆ 이김춘택 : 보통은 4단계, 5단계 정도로 이뤄져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추석 전부터 삼성중공업에서 키트코라는 업체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임금을 못 받아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요. 삼성중공업은 사외업체인 키트코한테 물량을 주고, 키트코는 그 밑에 물량팀장한테 물량을 주는데요. 일은 자기들이 시켰으면서 계약을 맺을 때는 중간에 재하청업체를 하나 또 끼워 넣어서 계약을 합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삼성중공업, 키트코, 재하청업체, 물량팀 그 밑에 물량팀 노동자가 일을 하게 되는 거죠. 근데 이 중간에 재하청업체는 하나가 낄 수도 있고, 두 개나 세 개가 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기본 네 단계 심하면 다섯, 여섯 단계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노동자가 일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노동자의 권리도 주장하기 어렵게 되고, 안전에 있어서도 많은 위험에 노출되게 되기 마련입니다.

◇ 김효영 : 노동자가 어떤 일을 당해도 원청에서는 나 몰라 라고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있는 거군요.

◆ 이김춘택 : 그렇죠. 바로 위, 위에 있는 업체도 책임을 회피하기 쉬운데 네 단계, 다섯 단계 위에 있는 원청 삼성중공업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가 훨씬 더 쉬운 거죠.

◇ 김효영 : 원청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할까요? 책임회피 하나를 보고 그러는 걸까요?

◆ 이김춘택 : 책임회피의 문제도 있고요. 또 하나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고용하고 또 자신들이 필요 없으면 언제라도 해고하고, 그것도 헐값에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뭐 최근 조선업이 어렵다고 작년부터 올해까지 약 3~4만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대량 해고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해고가 아니라 재하청업체들을 계약 해지하는 형태로 대량 해고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부담이 없는 거죠.

이런 측면들이 조선업에서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를 유지시키는 이유인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실 안전 문제나 조선소의 품질 문제나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효영 : 그렇군요. 건설업에는 이 같은 다단계 하도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조선업종은 아직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거군요.

◆ 이김춘택 : 네. 건설업도 이 다단계 하도급 문제로 임금체불이나 산재사망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그것의 어떤 결과로 법적으로 금지가 되었는데요. 조선업에서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정말 심각하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이제는 하루빨리 조선업에도 다단계 하도급 고용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니까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에서 산업재해로 37명의 노동자가 사망을 했는데, 그 중에 하청 노동자가 29명이었습니다. 78%가 하청 노동자가 숨진 겁니다, 그죠?

◆ 이김춘택 : 네, 그 비율이 점점 높아졌는데요. 올해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서 낸 자료를 보면 올해 300인 이상 조선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12명이 100% 하청노동자고요.

◇ 김효영 : 100%.

◆ 이김춘택 : 2013년부터 17년까지 사망한 54명의 노동자 중에서 45명이 하청 노동자로 그 비율이 87%에 달합니다.

◇ 김효영 : 다단계 하도급을 막지 않고,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 같은 하청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

◆ 이김춘택 : 네, 그래서 이번 사고조사위원회에서 제대로 조사를 하고, 제대로 된 제도개선책을 내서 그것이 정부에 의해서 반영돼서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합니다.

제가 조사위원으로 민주노총 추천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게 노력을 할 생각이고요. 한 가지는 저희가 조사를 하는데 있어서 조사기간도 짧고, 많은 자료를 삼성중공업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할 때 삼성중공업의 자료제출이나 현장 출입 등의 협조가 관건인데요. 이제까지 보면 백혈병 문제에도 그랬지만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한 사례가 많아서 이 부분과 관련해서 노동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삼성중공업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조사위원회에서 자료 달라고 하면 잘 줄까요?

◆ 이김춘택 : 글쎄, 쉽게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특히나 조사위원회가 법적 권한을 명확히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행정 주무관서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효영 : 알겠습니다.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문제점이 보인다든지 하면 저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김춘택 : 네, 고맙습니다.

◇ 김효영 : 지금까지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선하청조직사업부 이김춘택 부장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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