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80만명

[경계에 선 아이들①]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실태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에서도 경계에 서 있다. 대전CBS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실태를 6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80만명
(계속)

(자료사진)
'이상한 아이'. 현수(가명·17)가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현수는 집에서는 문제아, 학교에서는 부적응 학생이었다.

어려서는 얌전하고 배우는 것도 곧잘 따라했는데 학교에 들어가고 고학년이 될수록 이상하게 산만해지고 성적이 떨어졌다. 부모님은 "노력을 하지 않아 그렇다"며 현수를 다그쳤다.


학교에서는 종종 엉뚱한 대답이나 돌발적인 행동을 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오래 가지 못했다. 친구들이 농담으로 건넨 말에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았다. "쟤 성격 이상해." 친구들은 현수를 멀리 했다.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은 현수는 '경계선지능' 판정을 받았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수치상 장애에는 속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학습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고 경우에 따라 지적장애인과 비슷한 문제와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계선지능에 대해 "읽기, 쓰기, 계산하기 등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추상적인 사고와 응용력도 부족하다보니 조금만 다른 문제가 나와도 전혀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을 못하니까 엉뚱한 말과 행동도 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현수를 진단한 임상심리전문가는 "사회의 일반적인 관행이나 규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나이에 비해 미숙한 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경계선지능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얼핏 봐서는 정상지능보다 낮다고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의 성격적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돌출행동을 하거나 흥분을 쉽게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은 말을 하더라도 받아주고 수용하게 된다. 하지만 경계선지능은 지능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기적이어서, 참을성이 없어서, 성격이 이상해서 그렇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지적장애인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경계선지능 아동은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로 일부 알려져 있는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성식 대전가정법원 판사는 "소년사건으로 법원으로 오는 청소년들 가운데 경계선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꽤 된다"며 "부모나 가족이 아이의 상태와 어려움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방치돼서 비행에 빠지고, 또 범죄의 가·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경계선지능은 전체 인구의 약 13%, 8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학급당 2~3명의 학생이 경계선지능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말 그대로 경계에 있다보니 대책 역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창화 교수는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못 받고 있다 보니 이용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전무한 상태"라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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