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의 '워킹 홀리데이'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걷기'가 주된 행위로 등장한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무감각한 '걷기'를 통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의식하지 않고 사는 '분단된 한반도'를 상기시킨다.
극단 대표 이경성 연출은 "나는 지난 10년간 동료들과 연극을 만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의 병폐적 징후들을 대면해왔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것들을 연극의 주제로 다뤄왔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 근원을 따지고 올라가보면 결국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연출의 글을 통해 밝힌다.
그러면서 "그런데 왜 일상에서는 그것이 나에게 존재론적인 질문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머리로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이 문제를 외면하며 일상을 살게 되는 것일까"라고 질문하며, "일단 개념이 아닌 몸소 체험을 위해 38도선 부근의 갈라진 땅의 경계를 걷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두 발로 땅을 걸으니차로 다닐 때는 감각할 수 없던 여러 지형의 변화와 바람, 온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이 연출은 말한다.
또 "전망대 통 유리 너머 북한을 바라보며 '도대체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내 발로 갈 수 없는 세계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어리둥절하게 맞딱뜨리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공연은 기행 과정에서 배우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관객은 여정의 일행이 되고, 그 기행 당시의 공간과 시간으로 끌려간다.
공연은 중반이 넘어서면 기행 과정에서의 '경험'을 풀어내는 것을 넘어서며, 비극적인 역사와 그로 인해 파생된 현실을 다시 꼬집는다.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폭력', 상품이 되어 판매되는 '안보교육', 인격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타자(너)' 등은 한국전쟁의 비극이 다른 형태로 바뀌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이 모든 것이 분단이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일상이기도 하다.
이경성 연출은 "평화는 명사도 형용사도 아닌 동사로서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이 단순한 발견을 우리의 과정에 적용해 본다면 평화는 함께 걷는 것, 걸으며 담아온 이야기와 생각을 다시 누군가와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의 경험이 우리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누군지 모를 관객 한 명 한 명을 다시 만나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더 자라나길 바란다"며 "이 염원이 작품 속에 조금이라도 담기길 바라며, 곧 극장에서 만나게 될 '너를 기대해 본다"고 이야기했다.
공연은 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진행된다.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