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향후 파업이나 출근저지까지 고려하고 있다. YTN기자·보도영상인협회는 노조에 가장 강력한 투쟁 입장을 밝혀달라며 힘을 보태고 있다. 왜 사내에서 이토록 반발 여론이 거셀까.
내부에서는 최 내정자가 과거 YTN이 위기를 겪었을 때 2번이나 회사를 떠난 점을 지적하고 있다. 1995년 YTN로 와 경제부장, 경영기획실장을 최 내정자는 IMF 직후인 2001년, MB 정권 초입인 2008년 YTN을 떠난 바 있다.
2008년은 MB 특보 출신인 구본홍 씨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노조 투쟁으로 6명의 기자가 해직된 해이기도 하다. 기자들은 법원 판결과 노사 합의 등으로 각각 6년, 9년 만에 복직한 상태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29. 3249일 만에 해직자 모두 복귀… "정상에 선 YTN 보고파")
YTN지부는 5일자 성명에서 "위기 상황에서 두 번이나 YTN을 떠난 인사를 세 번째 입사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탈영병을 지휘관으로 앉히면 부대 사기는 대체 뭐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남수 내정자에게 경고한다. YTN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장이 되겠다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 그것이 지난 9년간 언론장악에 맞서 눈물 흘렸던 옛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6일 오후 열린 YTN지부 긴급 대의원회의에서는 참석자 29명(재적 36명)이 만장일치로 △최 내정자에 대한 선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파업과 출근저지를 포함한 향후 투쟁 방향을 노조 집행부에 일임한다고 결의했다.
YTN지부 박진수 지부장은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내정자 '반대'를 분명히 밝혔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중요한 건 '과연 이 사람이 YTN에 와서 개혁을 할 사람이냐'에 대해서는 모두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YTN은 9년 동안 싸웠던 사업장이기에 피로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람을 리더로 뽑아서 YTN이 제대로 갈 수 있는가. 제대로 가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는 게 (구성원)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배들이 손만 잡아준다면 YTN이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까지 고심하다가 사장 공모 막판에 결정했다. 내 선의를 후배들이 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 복직기자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그들의 마음이 열린다면 언제든 누구든 만날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YTN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박 지부장은 "구본홍 사장, 배석규 사장, 심지어 MBC 김재철 사장마저도 말은 잘했다. 말은 어떤 얘기든 할 수 있다. (YTN 개혁 방안은) 구체적이고 세밀해야 한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가 안 나와 있다"며 "(최 내정자에 대한) 정서가 굉장히 안 좋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지부장은 그가 '무노조 원칙'을 지닌 머니투데이방송에서 일해 온 것을 비판했다. 머니투데이는 회사 소개에서 "언론계에선 유일하게 '無차입-無어음-無노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머투는 노조를 무력화하고 지금도 등한시하는 곳으로, (최 내정자는) 그걸 경영했던 대표이사인데 어떤 근거로 신뢰할 수 있나"라며 "노사 상생이라는 기본 인식이 깔려 있지 않은 사람이 YTN에서 노사 상생을 이야기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언론개혁과 적폐청산 포부에 대해서도 "언론장악의 문제에 본인이 통탄할 정도로 가슴 아팠다는데 지난 9년간 (YTN 해직사태 등에 대해) 어떤 소신의 발언도 없었다"며 "머투에서 해 왔던 행적 등을 제보 받고 있는데 평가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내정 45일 후인 내달 중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YTN지부는 파업과 출근저지 등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업무보고는 아예 꿈도 꾸면 안 된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전했다.
앞서 YTN기자협회와 보도영상인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최 내정자 선임을 강력 비판했다. 최 내정자뿐 아니라 사장 후보를 결정한 YTN이사회에도 쓴소리를 했다. 현 YTN이사회를 구성하는 대주주는 한전KDN·한국마사회·KGC인삼공사 등 공기업이다.
YTN기자협회는 "박근혜가 심어놓은 회사 내부와 외부의 잔당들이 YTN의 개혁을 막기 위한 준동에 나섰다"며 "신명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기대감은 한낱 꿈에 불과하게 돼 버리겠죠. 또 다시 이렇게 좌절할 수는 없다. 이제는 분노하고 행동할 때"라고 말했다.
보도영상인협회는 "YTN 사장은 YTN의 가치를 창조하고 YTN을 최고의 뉴스채널로 만들어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YTN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야 하고 YTN의 미래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 YTN만의 경영철학이 있어야 하고 YTN을 바꿔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며 "우리의 이러한 바람에 최남수 내정자가 단 하나라도 만족스러운지 냉철하게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모아 행동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