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아마존 알렉사의 막강한 경쟁 상대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에코 닷 이후 저렴한 가격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AI 스마트 스피커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 출시한 구글 홈 미니는 이런 특징을 담았는데요, 국내 스마트 스피커와 비교해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 구석구석 살펴봤습니다.
구글 홈 미니 개봉기: [신기방기] 구글 홈 미니 개봉기…작지만 놀라운 성능
해외에서는 구글 홈 미니에 대한 평가는 좋습니다. 129달러(약 14만5천원)인 구글 홈 스피커보다 저렴하면서도 더 작고 거의 동일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경쟁 브랜드인 아마존 에코 닷보다 스마트 하고 음질도 좋다는 것이죠.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4분기에만 1200만대, 연간 2400만대의 스마트 스피커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올해 판매된 스마트 스피커 점유율은 아마존 알렉사가 68%, 구글 어시스턴트가 24%를 차지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AI 스마트 비서 시장에서는 올해 45.9%를 점유한 구글 어시스턴트가 1위를 차지했고 2020년에는 57.7%, 2022년에는 60.3%까지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스마트폰 최초로 LG V30에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지원에 이어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 운영체제(OS) 이상 스마트폰에 구글 어시스턴트 앱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애플 시리(Siri) 이후 개인용 AI 비서 서비스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어 지원을 이제 막 시작한 구글 어시스턴트는 점진적으로 스마트 스피커 등 구글 하드웨어 제품 전반으로 언어지원이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구글 홈 등에 한국어 버전을 출시 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구글의 공식 입장입니다. 최근 일본어 버전을 출시한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 큽니다.
그래도 머지 않아 구글 스마트 스피커에도 한국어를 조만간 지원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도 이 점에서는 적극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준비되면'이라는 비공식 전제를 깔았거든요.
붉은빛의 코랄(Coral), 회색빛의 초크(Chalk), 검정빛의 차콜(Charcoal) 3가지 색상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구글 홈 미니는 촘촘한 매쉬 패브릭 소재로 이루어져 있고, 하단은 플라스틱 소재에 실리콘을 바닥에 적용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작업이 활성화 되면 상단에 4개의 LED에 불이 들어오고, 좌측과 우측으로 미끄러지듯 터치 하면 볼륨이 낮아지거나 높아집니다.
하단 옆면에는 마이크 활성화 물리 버튼이 있습니다. 사용하고싶지 않으면 끄면 되지만 사용하면서 끌 일은 없었습니다. 또 마이크로USB 단자가 있어 전원이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휴대용은 아니라는거죠. 하지만 보조 배터리와 연결하면 휴대용으로 가지고다닐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미니 버전 대부분은 내부에 배터리 탑재가 안되어 있어 전원에 상시 연결해야 하는데요, 가정형 개인비서의 역할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 기본 사용 개념입니다.
SKT의 누구 미니는 에코 닷을 닮았고, 네이버 프렌즈와 카카오 미니는 자사 캐릭터를 내세워 실용적인 AI 스피커라는 특징보다 개성이 뚜렷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캐릭터 상품(Goods)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면, 구글 홈 미니는 집안 어디에 놓아도 튀거나 이질감을 주지 않는데요, 제가 구입한 코랄 색상은 원목 가구에 매우 잘 어울렸습니다. 패브릭 소재나 침구에는 차콜이, 주방과 같은 화이트 모던 색상이 많은 곳에는 초크가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뭐 개인차가 있으니까 어떤 색상을 선택하든 본인 마음입니다.
아무튼 디자인에서는 업계에서나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눈에 띄는 부분은 촌스럽지 않게 잘 만들었습니다. 싸구려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구글 홈 미니는 다른 스마트 스피커들과 마찬가지로 어느정도 기본적인 오디오 성능을 가졌습니다. 장점 중 하나는 멀리서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기존 스마트 스피커들이 거실에 있다면 사용자가 주방에서 '헤이 구글'이라고 불러도 잘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작은 고추가 맵다고 5~6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제 목소리를 잘 인식했습니다. 스펙상으로는 직선거리로 10m 떨어진 곳의 사용자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음악은 유튜브 레드와 스포티파이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유튜브 레드는 유료 서비스라 무료로 음악 스트리밍을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를 기본 음악 서비스로 세팅했습니다.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가 아니라서 지원되는 음악은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스피커의 음질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물론 가정용 오디오 시스템을 대체할 정도는 못됩니다. 많이 좋아졌다는 휴대전화의 스테레오 음질보다 좋았습니다. 경쟁 기종인 아마존 에코 닷보다 음질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꽤 높은 볼륨까지 커버하고 적당히 들어줄만하지만 베이스가 없어 볼륨을 많이 올리고 오래 듣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베이스가 없고 고음과 저음이 약한 것이 단점이지만 이정도 스피커 성능을 가졌다는 것은 예상보다 꽤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구글 홈 미니에는 오디오 단자가 없습니다. 고음질의 가정형 오디오 시스템이 있어도 연결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이엔드 스피커 성능의 구글 홈 맥스가 함께 나온 것이죠. 만약 다른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해 고음질을 즐기고 싶다면 무선 동글 장치인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이용하면 다른 오디오 시스템에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크롬캐스트 TV'를 연결하면 무선으로 TV를 켜거나 끌 수 있고, 일부 컨트롤러 기능도 가능해집니다.
크롬캐스트를 활용하면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다른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해 서라운드 오디오 환경을 만들 수 있는데요, 저도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함께 구입할까 하다 오디오 성능을 직접 확인한 뒤 구입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해둔 상태입니다. 영국 IT 매체 테크 레이더는 "구글 홈 미니와 크롬캐스트 오디오, 사운드 바를 그룹으로 연결하자 중음에 포커싱 된 구글 홈을 도와 보컬을 강하게 밀어내며 최고의 음향을 선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루투스가 탑재되어 있지만 쌍방형이 아니어서 스마트폰이나 다른 장치와 오디오 연결이 불가능합니다. 들어오는 신호만 수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경쟁 제품들과 경쟁에 몰리면 구글이 블루투스 쌍방향 송수신 방식으로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면 사용자의 선택은 좀 더 분명해지겠죠.
◇ 구글 홈 미니: 구글 어시스턴트
기본적으로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아마존 에코에는 알렉사가, SKT엔 아리아, KT엔 지니, 네이버는 클로바, 카카오는 카카오아이가 각각 들어있는데요,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해 10만대 이상 판매한 SKT의 누구 스마트 스피커가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좀 더 유리할 것 같습니다. 어떤 로직으로 설계를 했든 AI 비서는 아이처럼 사용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학습하며 발전하기 때문에 아직 누가 더 낫다, 부족하다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개월수만 다른 똑같은 어린아이 수준입니다. 결국 AI 설계기술과 데이터 보유 및 처리 능력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겁니다.
그런 점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인프라가 매우 잘 되어 있거든요. 실제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해 스케줄, 알람, 타이머, 뉴스듣기, 날씨생활정보, 정보검색, 전화찾기, 가전을 컨트롤 하는 홈 오토메이션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합니다만, 직접 사용해본결과 한국 환경에서는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전화찾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지원되고 영어로만 소통해야 하는 번거로움, 홈 오토메이션을 이용하기 위해 지원되는 가전이 제한적이고 일부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전용 가전제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합니다. 한국어를 비롯해 간단한 번역 정도는 해줍니다.
'헤이 구글' 또는 '오케이 구글'이라고 부르면 세련된 여성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국내 출시된 스마트 스피커가 정서적으로 좀 더 친절한 한국적인 감성으로 응대하는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 영어 버전은 좀 시크합니다. 영어로 말하다 조금이라도 버벅대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지원되지 않는 기능, 또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무시(?)하는 경우도 있죠.
국내 스마트 스피커도 역시 제한적으로 응대하는 경우가 있지만, 재미있는 요소를 학습시켜 첨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 스피커를 테스트 하려는 사용자들을 조금 더 즐겁게 해주려는건데, 제가 미국 사람이 아니다 보니 구글 어시스턴트를 더 잘 활용하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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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언어지원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기 때문에 한국어가 지원된다면 현재 안드로이드 마시멜로 6.0 이상에 지원되는 휴대전화용 구글 어시스턴트의 경험을 구글 홈 미니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난달 구글코리아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버전 시연은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장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 부분은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미국 등을 위한 영어버전에서 한국 환경에서 지원되는 기능이 다소 적은 것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 사용이 좀 더 편하거나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구글 홈 미니 선택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영어공부가 됩니다. ^^;;;
구글보다 1년 앞서 내놓은 아마존 알렉사 앱스토어인 '알렉사 스킬'에는 2만 건 이상의 응용프로그램들이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데 반해 구글 스마트 스피커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생태계 확장이 더 필요하다는 건데요, 이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입니다. 강력한 안드로이드 환경이 빠르게 뒷받침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문에 밝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전망이 다르지 않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에 비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국 사용자의 비중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웹과 모바일에서 역동적인 데이터 사용량은 구글이 한국 시장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신경망 번역이나 모바일용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지원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는 것만 봐도 구글이 한국을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본다고 할 수 있죠. 구글코리아 관계자와 스마트 스피커 이야기를 하면서 하드웨어 플랫폼에도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은 '준비'보다 '시간문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죠.
구글 홈 미니에 동봉된 설명서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간단한 예문으로 정리한 페이지가 있는데요, 그중 주방과 관련된 카테고리에 흥미롭게도 한국어 번역 예문이 나옵니다.
"How do you say 'this tastes delicious' in Korean?"
('이것은 맛있다'를 한국어로 뭐라고 합니까?")
여러분께 구글 홈 미니를 당장 추천 드리기는 어렵지만 재밌고 가성비 좋은 AI 스마트 스피커 하나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