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수상자들은 투표를 통해 결정된 정규리그 MVP와 신인상은 물론 투타와 주루 등 각 부문 1위 선수들이다.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 선수들까지 수상자로 나섰다.
수상자들은 저마다 의미있는 소감을 밝혔다. 때로는 행사장의 웃음을 자아냈고, 때로는 눈물이 교차했다. 감동적인 표현으로 깊은 울림을 준 수상자도 있었다.
먼저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타율상을 받은 유민상(kt)가 말문을 열었다. 유민상은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경기장에서 뛴 2군 선수들 모두에게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며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의 아들이 아닌 유민상의 아버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도 밝혔다. 유민상은 형 유원상(LG)과 함께 2세 야구 선수다.
생애 한번뿐인 신인상을 받은 이정후(넥센)의 소감 때는 눈물과 웃음이 교차했다. 이정후가 수상하자 행사장에 와 있던 어머니 정정민 씨는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최고의 신인으로 어엿하게 성장한 아들이 눈물겹게 대견스럽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이 떠올랐을 터. 이정후는 "아버지(이종범 MBC 스포츠해설위원)는 경기를 뛰어야 해서 어린 시절 추억이 없었다"면서 "그 시간을 채워주신 어머니께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애교섞인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이정후는 "아버지도 받지 못한 신인상을 받아 뿌듯하다"면서도 "그런데 대표팀 형들에게 불만이 접수됐다"고 운을 뗐다. 오는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 이정후는 코치인 아버지와 함께 승선했다. 이정후는 "어제 하루 훈련했는데 형들이 아버지의 펑고가 너무 빨라 스프링캠프 같다고 하더라"면서 훈련 강도 조절을 에둘러 요청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손승락은 "이젠 내가 조금 저물지 않나 생각들을 하는데 올해 정말 어금니가 부서지게 노력한 결과 나왔다"고 절치부심의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자신의' 엄지 척' 세리머니에 대해 "10개 구단 팬들은 선수들에게 서비스를 받을 만한 권리가 있다"면서 "시즌 때는 롯데 팬들에게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모든 팬들께 서비스해야 한다는 마음"이라면서 오른 엄지를 치켜들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최고의 웃음은 박해민(삼성), 아니 그의 동생이 자아냈다. 도루상을 받은 박해민은 2010년생 나이 어린 늦둥이 동생 해영 양과 단상에 함께 올랐다. 진행자가 해영 양의 소감을 묻자 박해민이 마이크 위치로 동생을 안아 올렸다. 그러나 낯선 자리에 동생은 입을 다물었고, 박해민이 "너한테 물어보는 거라니까?"라며 채근했지만 결국 답을 들을 수 없어 대신 웃음이 터졌다.
이후 MVP 소감에서는 끝내 울먹였다. 양현종은 "팀 대표로 상을 받아 더 기쁘고 가족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시즌 중 부모님도 고생하셨고, 특히 아내가 애들을 키우면서 힘들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팬들의 "울지 마!" 연호를 들으면서 양현종은 "이제 멋진 아들,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멋지게 마무리를 했다.
이어 성원해준 팬들에게 화끈하게 화답했다. 양현종은 "앞에 계신 팬들에게 자신있게 내년에도 KIA에 유니폼을 입도록 하겠다"며 이날 가장 큰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올 시즌 숱한 명승부로 840만여 명,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며 마무리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웃음과 눈물, 감동이 가득했던 시상식 역시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