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버튼'을 누른 원주 DB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 결산

원주 DB의 디온테 버튼 (사진 제공=KBL)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가 지난 주말 정규리그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 열전에 돌입했다. 팀당 첫 9~10경기를 마친 가운데 주목할만한 이슈를 정리했다.

▲부상자 속출에 농구 팬 마음도 아팠다

'FA 대박'을 터트리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시즌 개막을 준비한 부산 KT의 빅맨 김현민은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개막전 시작 6분여만에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서울 SK의 간판 김선형은 시즌 2번째 경기에서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불운을 안았다.

현주엽 창원 LG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았던 김종규도 발목을 다쳤고 양희종(안양 KGC인삼공사)와 허일영(고양 오리온)은 지난 주말 각가 코뼈와 발목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승현, 장재석 등의 군 복무로 선수층이 얇아진 오리온으로서는 허일영의 공백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각 팀의 주축 선수가 다치는 예상 밖 변수가 속출하면서 순위 경쟁에 영향을 끼쳤고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부상 악재를 딛고 일어선 서울 SK

서울 SK는 김선형의 부상을 극복했다. 파죽의 개막 7연승을 질주하는 등 시즌 전적 8승2패로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김)선형이 형을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다"는 팀 동료 최준용의 말처럼 김선형의 부상은 SK 선수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애런 헤인즈에게는 역시 SK 유니폼이 맞는 옷이었다. 헤인즈는 평균 22.2점(7위), 10.5리바운드(4위)를 기록했고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평균 5.9개를 기록해 전체 선수 중 1위에 올라있다.

헤인즈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패스에 완전히 눈이 떴다. 고양 오리온 시절 여러 차례 부상을 겪은 이후 득점 폭발력이 다소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동료를 살려주는 플레이가 좋아졌다. 평균 20.0점으로 득점 부문 10위에 올라있는 테리코 화이트와의 공존에 대한 걱정은 우려에 불과했다.

다수의 선수들의 제 몫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준용의 활약이 눈에 띈다. 최준용은 평균 득점이 8.0점에 그치고 있지만 6.2리바운드, 5.5어시스트, 0.9스틸, 0.9블록슛을 올리며 재능을 뽐내고 있다. 경기 운영을 돕고 3-2 지역방어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반면, LG와 KT는 부상 악재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LG는 김종규가 다친 이후 3연패를 당해 1라운드를 4승5패로 마쳤다. 가뜩이나 빅맨이 부족한 KT에게 김현민의 공백은 뼈아팠다. 1승8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KT는 최근 선발한 신인드래프트 1,2순위 허훈과 양홍석이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새 이름, 새 바람' 원주 DB의 돌풍

윤호영은 아킬레스건 부상 여파로 전력에서 빠져있고 허웅은 군인이 됐다. 원주 DB는 시즌 개막 전 최하위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리빌딩의 대가' 이상범 감독이 지휘한 DB는 현재 6승3패로 SK에 이어 리그 2위에 오르며 새로 바뀐 팀명처럼 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선수들의 자신감 레벨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 시즌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김태홍은 평균 10.6점을 올리고 있고 서민수도 8.1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두 선수는 공을 잡으면 거침없이 슛을 시도한다. 주저하는 모습은 더이상 없다.

로드 벤슨과 김주성의 골밑은 기대 이상으로 탄탄하다. 특히 김주성의 출전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김주성은 KT와의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버저비터 팁인 득점으로 이름값을 했다.

디온테 버튼은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가장 빛난 외국선수였다. 9경기에서 평균 24.4점, 7.9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올리며 DB를 이끌었다. 특히 지난주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33점 중 21점을 4쿼터와 연장전에 몰아넣으며 팀 승리를 이끈 활약상은 단연 눈부셨다.

DB는 현재 경기당 9.0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SK와 공동 1위에 올라있다. 경기당 시도 개수는 27.6개로 가장 많다. 과거에는 3점슛 위주의 공격이 모험의 개념으로 여겨졌지만 3점슛의 '기대 득점'과 효율이 2점슛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세이버 메트릭스를 통해 증명됐다.

그렇다면 3점슛 기회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 DB는 버튼의 돌파에서 파생되는 외곽 기회를 노린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드라이브 & 킥(Drive & Kick)' 방식의 공격을 자주 구사한다.

이상범 감독은 3점슛 실패를 탓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가 오면 자신감을 갖고 던지기를 바란다. 자신감 배양은 DB 돌풍의 핵심이다. 이상범 감독은 "팀이 하나가 됐다. 승패를 떠나 벤치 분위기를 보면 팀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누가 들어가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외국선수 활약에 웃고 울고

1라운드 기간에 가장 큰 반전을 만들어낸 구단이 있다면? 바로 인천 전자랜드다. 외국인 센터 아넷 몰트리가 뛸 때 1승4패에 그쳤던 전자랜드는 그를 브랜든 브라운으로 교체한 이후 5연승을 질주했다.

전자랜드의 시즌 첫 5경기 평균 실점은 90.8점으로 리그 꼴찌. 하지만 이후 기간의 평균 실점은 71.6점으로 리그 전체 1위다. 브라운의 신장 193.9cm은 장단신 구분의 기준인 193cm를 갓 넘는 '작은 장신선수'이지만 긴 팔과 활동량, 적극성 등으로 높이 부족을 상쇄하고 있다.

필리핀 프로농구 리그에서 평균 34점 이상을 넣었던 득점력은 여전하다. 브라운은 5경기에서 평균 22.4점, 10.8리바운드, 야투성공률 53.5%를 기록했다. 공을 오래 끄는 스타일이 아니라 전자랜드 동료들이 느끼는 매력이 더 크다.

우승후보 전주 KCC는 시즌 초반 안드레 에밋과 나머지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했지만 최근 3연승을 달려 6승4패를 기록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KGC인삼공사는 1라운드에서 '20-20(득점-리바운드)'을 달성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오세근 그리고 데이비드 사이먼이 지키는 골밑이 굳건하나 단신 외국선수의 득점 생산력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최근 마이클 이페브라의 교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시즌 초반 뜨거운 슛 감각을 자랑하며 '스테판 테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레이션 테리의 활약이 최근 잠잠하다. 하지만 양동근, 이종현의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꾸준히 5할 승부를 하고 있다.

서울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건재하다. 득점 4위(24.4점), 리바운드 1위(13.0개), 블록슛 7위(1.0개)를 기록 중이다. 주희정의 은퇴, 김준일과 임동섭의 군 입대 공백을 FA 김동욱과 이관희, 이동엽 등이 비교적 잘 메우고 있지만 라틀리프와의 시너지를 키워야 한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선수 효율지수(PER) 순위 (KBL 6일 발표자료)

▲국내선수 부문

1.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 - 25.70
2. 박지훈(부산 KT) - 23.90
3. 하승진(전주 KCC) - 20.80
4. 김기윤(안양 KGC인삼공사) - 20.10
5. 김시래(창원 LG) - 19.30

▲외국선수 부문

1. 버논 맥클린(고양 오리온) - 32.80
2. 애런 헤인즈(서울 SK) - 31.80
3.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 - 30.40
4. 브랜든 브라운(인천 전자랜드) - 30.00
5. 디온테 버튼(원주 DB) - 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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