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주혁에 보낸 '1박 2일'의 편지 "당신을 기억하며"

10주년 맞아 축하 메시지 보낸 고인의 생전 영상도 공개

5일 방송된 KBS2 '1박 2일' 故 김주혁 스페셜 방송 (사진='1박 2일' 캡처)
5일 오후 방송된 KBS2 '1박 2일' 故 김주혁 스페셜 방송은 '이 멤버 리멤버 포에버'를 외치게 했던 6인 중 한 사람이었던 '영원한 멤버' 김주혁을 담아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79분 20초에 이르는 분량 중 단 1분도 허투루 쓰인 것이 없었다.

올해 1월 29일,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1박 2일' 멤버들이 김주혁을 찾아갔던 날이 가장 처음 등장했다. 그는 2015년 11월에 하차한 후에도 멤버들이 나오는 방송을 한 회도 빠짐없이 봤다고 자신있게 외쳤다. 그만큼 애정이 대단했다.

'1박 2일'은 고인을 '유쾌한 사람'이자 '든든한 맏형'이며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지적이고 진중한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던 그가 의외로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가졌고, 때로는 마음껏 망가질 줄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방송분을 통해 보여줬다.

초면인데 죄송하다면서도 분무기를 뿌려 동생들을 깨우고, 맛있는 반찬을 먹기 위해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2가지 중 하나인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깜찍한 춤까지 곁들여 하며, 젓가락에 붙은 낙지호롱구이 부스러기라도 먹으려 애쓰기까지.

고인이 '1박 2일'애 합류할 당시인 2013년 인터뷰에서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그를 "편안한 막둥이. 재밌는 막둥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배려할 줄 알고 남을 먼저 생각한다. 남을 너무 많이 생각해서 문제다, 그 친구는"이라고 덧붙였다.

5일 방송된 KBS2 '1박 2일' 故 김주혁 스페셜 (사진='1박 2일' 캡처)
고인은 무거운 짐을 메고 등산을 하면서도 혹시나 짐 버리기를 선택할 동생들을 위해 물품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묵묵히 산을 올랐다. 김종민의 이모댁에 갔을 때에는 기상 미션으로 김종민 아버지 숙소에 가는 아이디어를 내 가장 앞장서서 성묘 준비를 했고, "종민이가 '1박 2일' 팀에서 가장 선배다. 종민이 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아들 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자신을 선택한 일반인 출연자에게 오늘 하루만은 엄마라고 하겠다며 살갑게 굴고 사진관에 가서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 고민 중인 학생에게는 "아직 어리고 얼마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여사친' 특집에 초대된 문근영에게는 "아무 바라는 것도 없이 네 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다.

연기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 故 김주혁에게 예능 프로그램 고정출연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테다. 당초 1년 예상했던 걸 2년 가까이 이어간 것은 '멤버들' 덕분이었다. 그는 "일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나는 2주에 한 번씩 크게 웃으러 간다. 행복하러 간다. 그런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시청자 분들에게도 할 말이 있어요. 내가 2년 동안 '1박 2일'을 겪으면서 느꼈던 우리 멤버들하고 우리 스태프진 전체는 내가 어떤 작품을 한 사람보다 내가 봤을 땐 가장 좋은 사람들입니다. 정말로."

◇ '1박 2일' 멤버들이 故 김주혁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5일 방송된 KBS2 '1박 2일' 故 김주혁 스페셜 (사진='1박 2일' 캡처)
방송 말미에는 '1박 2일' 멤버들이 세상을 떠난 故 김주혁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 있었다. 언젠가 꼭 한 번 깜짝 여행을 가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갑작스레 떠난 그에게.

부고 소식이 알려졌을 때 당시 해외 촬영 중이었던 정준영은 눈물 섞인 목소리로 고인을 추억했다.

"형은 항상 저희한테 너무 멋있는 형이었고 그 누구보다 소중한 형이었다. 작년에 제가 잠깐 '1박 2일' 쉬고 있을 때 한국 오자마자 형들한테 연락했는데 주혁이 형이 그때도 나 힘들까봐 나 오자마자 바로 모였잖아요. 나 힘들까봐 형이 나 보러도 와줬었는데 난 형이 있는데 옆에 갈 수도 없는 게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빨리 가고 싶네요. 형한테."

김준호는 "우린 잊지 않을 거다. 영원히. 우리 구탱이형. 정말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십쇼"라고 전했다.

차태현은 고인의 마지막 촬영 때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돌았던 것을 언급하며 명동성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차태현은 "짜잔! 명동성당. 보여요? 잘 나오나? 형하고 부모님이 합성으로나마 함께 있었던 곳, 이곳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며 "물론 거기선 더 잘 보실 순 있겠지만 한 번 다시 한 번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주 전 '1박 2일' 제작진에게 보낸 고인의 10주년 축하 영상 메시지도 공개됐다. 故 김주혁은 "너무 축하드린다. 한 프로그램을 10년이나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우리 멤버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얘기하는데 항상 그립다, '1박 2일'. 더 더 잘 됐으면 좋겠고 더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멤버들 항상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스페셜 방송은 고인이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불렀던 '세월이 가면'으로 마무리됐다. 그간 '1박 2일'에서 함께 웃었던 고인의 스틸이 지나갔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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