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양현종은 나눔 올스타의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이었다. 이날 최고 관심사인 미스터 올스타와 관련된 질문을 꺼냈는데 양현종은 "정규리그 MVP가 더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물론 올스타전의 특성상 투수보다 타자가 MVP에 유리한 까닭이기도 했지만 굳이 올스타전에서 정규리그 MVP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의지가 강했다는 뜻이다.
이유는 있었다. 양현종은 "최근 KBO 리그는 몇 년 동안 토종 투수 MVP는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얘기가 자존심이 강한 양현종을 자극시킨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 기회가 되면 도전하겠다"고 양현종이 이를 앙다문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투수 MVP는 2004년 배영수(당시 삼성), 2005년 손민한(당시 롯데),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2008년 김광현(SK) 등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에는 2011년 윤석민(KIA)이 유일했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 지난해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수상했지만 토종 투수는 아니었다.
사실 올스타전 당시만 해도 양현종의 수상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진 않았다. 양현종도 잘 하고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워낙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까닭이다. 무엇보다 1위를 질주하던 KIA의 팀 동료들이 그랬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MVP는 4번 타자 최형우와 외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가 유력했다. 최형우는 타점(81개), 출루율(4할8푼1리), 장타율(6할8푼9리) 1위로 KIA 핵타선의 중심이었고, 헥터는 개막 14승 무패 행진이었다. 양현종도 13승(3패)으로 분전했지만 살짝 밀리는 게 사실이었다.
반면 헥터는 후반기 6승5패 ERA 3.92로 불안했다. 전반기 3할7푼대 타율과 22홈런을 기록한 최형우 후반기 타율 2할9푼7리 4홈런으로 힘이 떨어졌다. 후반기 치열한 1위 경쟁을 이끈 선수가 양현종이었다.
결국 양현종은 후반기 역투로 MVP 레이스에서 역전 구도를 만들어냈다. 다승 1위(20승)에 탈삼진 3위(158개), 평균자책점(ERA) 5위(3.44)에 이닝 2위(193⅓이닝),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2위(20번) 등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의 기록을 남겼다.
물론 헥터의 기록도 나쁘지 않다. 20승(5패)으로 다승과 승률(8할) 타이틀을 얻었다. 최다 이닝(201⅓이닝)에 퀄리티스타트(23번)까지 철완을 과시했다. 페이스가 떨어진 최형우 대신 타자 중에 유력 후보로 떠오른 SK 최정은 올해 46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양현종에게는 토종 투수 프리미엄이 붙는다. 바로 1995년 이상훈 LG 코치 이후 22년 만의 국내 선발 20승이라는 기록이다. 후반기 활약과 함께 헥터, 최정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물론 KS 우승과 활약은 이전에 치러진 MVP 투표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양현종 역시 4개월 전 올스타전 때 본인이 KS MVP가 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정규리그 MVP에 대한 큰 그림은 그렸을 양현종이다. 당시 양현종은 "MVP에 도전하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후반기에 잘 하면 가능성은 있다"는 말에는 굳이 부정을 하지 않았다.
올해 정규리그 MVP 및 신인상은 6일 오후 2시 KBO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과연 올스타전에서 꿈꿨던 양현종의 정규리그 MVP 등극의 야망이 현실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