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용비리' 2008·2014년에도 있었다

인사팀 막강권한 + 군대식 문화= 금감원, 채용비리 더 키워

자료사진. 황진환기자
채용 비리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금융감독원이 과거에도 두 차례나 감사원으로부터 부당 채용에 대해 지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채용 비리와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당시 잘못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감사원, 금감원에 두 차례나 부당 채용 지적

감사원은 지난 2015년 4월, 2014년 금감원의 경력·전문직원 채용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고 '주의'를 줬다. 감사원의 2015년 기관운영 감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응시 서류나 추후 제출한 경력 증명서를 봐도 관련 경력이 상당히 짧았다.관련 경력을 모두 합쳐 3년 6개월인 경우 해당하는 14점을 받아 총점 61점을 받았다.

동점자가 10명이나 있었고 커트라인 점수에 해당돼 서류 전형 합격이 불분명 했다. 그런데도 경력 기간 평가 점수가 '과다 산정'돼 합격이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A씨는 00중앙회 출신으로 금감원의 상위 기관인 금융위에 파견 업무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에도 감사원은 금감원의 2008년 경력 채용업무가 불철저하다고 적발했다. 경력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B씨에 대한 서류 심사를 할 때, 변호사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군경력과 사법연수원 경력까지 경력으로 인정해 서류 전형을 통과시킨 것이다. 감사원은 만약 제대로 산정했다면 B씨는 22위로, 서류 전형 '탈락'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B씨는 변호사 분야에서 4명을 선발하기로 한 1차 면접 전형에서 5위를 해 탈락 대상자였지만, 부원장 전결을 통해 "회계사 및 변호사 분야는 평가 결과가 우수해 합격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통과됐다. 또 최종 2차 면접에서도 탈락 대상자였으나 역시 면접 평가 결과가 우수하다며 최종합격했다.

이번 채용 비리에서 드러난 '과다 산정', '임원 전결을 통해 늘어난 합격인원' 등이 과거부터 고스란히 반복된 것이다. 이처럼 인사라인의 잘못이 반복되고 있지만 인사팀은 이에 대해 제대로 문책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팀이 그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견제하는 장치가 없어 채용 비리를 키우고 있다는 내부의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 인사팀은 고유 업무인 인사 이외에도 징계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 감찰팀이 감찰 결과를 인사팀에 전달하면, 징계 수준을 인사팀이 인사위원회에 올리는 방식이다. 인사위원회를 거치긴 하지만 총무국장이 징계대상자에 대한 사전통지와 징계안 부의를 담당함으로써, 최초의 징계 수준을 결정한다.

다른 금융공기관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은행의 경우 감사실에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 징계 수위를 전달하고, 이를 근거로 경영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경영인사위원회가 감사실에서 제안한 징계 수위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한다. 한국거래소의 경우에도 감사실이 조치를 요구하면 인사위원회가 심의하고 이사장이 결정하는 수순이다.

인사라인이 승진에서도 잘 나간다는게 내부 불문율이다. 이 때문에 인사팀에 줄을 대고 들어가서 승진 고과를 챙긴 뒤 이에 대한 보은으로 상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다는 것이다. 실제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잘 챙겨보라"고 채용 비리의 밀명을 전달한 인사는 최 전 원장이 수석부원장·원장 시절, 인사팀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실이 최근에 인사팀에 대해 업무처리 적정성에 대해서 살펴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나 총무 쪽에 대해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감독원이 스스로 사전 예방을 해서 문제 해결을 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해선 소홀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명령에 절대 복종" 부당 지시에도 거부할 수 없는 근거 '취업 규정'

내부고발조차 할 수 없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조직 문화도 채용 비리를 키운 구조적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지난해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의 지시로 인한 변호사 채용 비리가 논란이 되자, 당시 금감원의 한 직원이 인사팀을 옹호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이 직원은 인사팀을 옹호하는 근거로 금감원 취업규칙 제4조를 언급,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상사 지시는 사실상 명령과 같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취업규칙 제4조 '명령 복종의 의무'에 따르면, "직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업무가 다수인 기관의 특성상,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숙련도 높은 상사의 지시를 따르게 하기 위해 만든 규정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명령, 복종과 같은 단어 자체가 군대 문화를 연상케할 뿐만 아니라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거부할 수 없는 족쇄가 될 단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취업규칙 제3조에 '지시 이행 의무'가 있다. "직원은 상사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 다만, 공정한 직무 수행을 해치는 지시에 대해서는 '직원행동 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규정이다.

행동강령 11조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 등에 대한 처리'에는, "하급자에게 자기 또는 타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법령이나 규정을 위반하는 지시를 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한국은행 역시 업무의 효율을 위해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규정을 정했지만, 부당한 지시에 맞서 싸울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금감원 인사조직문화혁신 TF 위원장인 조경호 국민대 교수는 "취업규정을 포함한 거의 모든 규정 등을 살펴봤다"면서 "있어야 할 규정이 없으면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게 문제가 되거나 약할 경우 강화하는 것을 조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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