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의 강제 출당 방식은 당원 및 현역 의원의 제명에 관한 당헌‧당규를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라서 논쟁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친박계는 “당헌‧당규 위반으로 무효이다.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서‧최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 시한도 이날로 종료됐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제명안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이들 역시 의원총회 의결 없이 제명이 가능하다.
홍 대표와 친박계 간 법리다툼의 양상이 전개되는 셈인데, 문제의 지점은 한국당 당규 21조 때문이다. 당규 징계 절차는 2항과 3항으로 구별된다.
먼저 2항은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며,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돼 있다. 일반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은 항목 전반부의 ‘최고위 의결’이, 서‧최 의원은 후반부의 ‘의총 의결’이 각각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홍 대표는 2항을 인정하지 않고 3항을 활용했다. 3항은 “탈당권유의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고 돼 있다.
홍 대표의 측근인 홍문표 사무총장도 21조 3항에 의거, 박 전 대통령이 2일 0시를 기준으로 제명됐다고 보고했다. 홍 대표가 강제 출당을 실행한 것도 이 조항이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에 적용한 21조 3항에 따르면 서‧최 의원도 4일 0시를 기준으로 이미 제명된 신분이 된다는 점에 있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21조 2항에 의거해 의원총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21조 3항을, 서‧최 의원에 대해선 21조 2항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당규를 적용하는 난점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이 같은 모순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감옥에 갇혀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신분을 역이용한 작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당헌‧당규 적용에 있어 논란이 있는 사안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원지위확인소송’이 가능한데 박 전 대통령이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홍 대표는 ‘강제 탈당’을 선언한 기자회견 과정에서 “10일 이내에 이의 제의가 없을 경우 본인이 수용한 것으로 간주해서 자세히 당헌을 보면 위원회의 의결 없이 제명 처분한다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의 제기를 안 했기 때문에 자동 제명으로 간주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최 의원의 경우 멀쩡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내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이 소송을 걸어 홍 대표의 강제 출당이 부당한 당규 해석이라고 밝혀질 경우 박 전 대통령 강제 출당도 함께 무효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서‧최 의원을 내보내긴 위해선 결국 의총을 열고, 재적의원 3분의 2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는 계파 구도상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박 전 대통령 강제 출당 선언 이상의 ‘친박 청산’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박 전 대통령 제명안부터가 최고위 통과를 못해 홍 대표가 선언, 주장의 형식을 취한 측면이 있다. 당적이 말끔히 정리된 것이라기보다 분쟁거리를 만들어 버렸다.
한국당 복당을 원하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들은 당초 요구조건이었던 ‘친박 청산’ 없이 투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서 바른정당 탈당파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만으로 복당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어정쩡한 결론에 대해 홍 대표와 서‧최 의원, 김 의원의 합의점이 ‘친박 청산’ 대신 ‘박 전 대통령 출당’에서 찾아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