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사려고 일주일 줄 서"…日 550명 지하철 1개역 대기 행렬

애플 직원 환호 속 'VIP 입장' 日 아이폰X 출시 현장…日 256GB 세금 포함14만엔

애플의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 공식 출시일인 3일 새벽 1시.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 앞에는 장대비 속에서도 아이폰X를 손에 쥐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도쿄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는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사진=김연지 기자)
"역시는 역시, 아이폰은 아이폰"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공세에 밀려 글로벌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에 대한 애플 마니아층의 기대는 예상을 초월했다. 아이폰8, 8플러스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아이폰X는 손해분을 충분히 상쇄할 전망이다.

애플은 이를 자신하듯, 올해 연말 최대 870억 달러(97조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자체 예상치를 내놨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한 수치다. 이를 달성하게 되면 애플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셈이다.

◇ 출시 D-day, 장대비 속에서도 문전성시…"매년 산다, 밤샘 대기 별일 아냐"

애플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 출시 첫날 일본 도쿄는 들썩였다.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 앞에는 출시 전날부터 아이폰X를 손에 넣기만을 기다렸던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밤중에 쏟아진 장대비 속에서도 조금의 동요 없이 우산을 꺼내 차분히 기다렸다. 미처 우산이나 우비를 준비하지 못한 대기자는 인근 건물 간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비를 피했다.


낚시 의자나 캠핑용 의자는 아이폰 마니아의 필수품이 된 모양새다. 사전 예약에 실패한 구매 희망자들은 아예 밤샐 각오를 하고 숙소도 잡지 않고 캐리어를 든 채 날이 밝을 때까지 꿋꿋하게 기다렸다.

10월 31일부터 기다렸다는 탄지(20) 씨는 "아이폰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줄 서서 산다"며 "이 정도는 별일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X의 베젤리스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가장 기대했다.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이 나오는 만큼 애플스토어 직원들도 분주했다. 높은 천장에 통유리로 돼 있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출시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제품 비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 역시 아이폰X 대기자들과 밤을 새우는듯 했다.

비가 그치고 날이 밝아오자 줄은 더 길어졌다. 일본 현지 매체는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 대기 행렬을 두고 "지하철역 한 정거장쯤, 550여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보도했다.

애플스토어 공식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일만큼은 오전 8시다. 오픈 시간이 가까워지자 파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환호를 지르며 매장 앞에 서서 1부터 카운트다운을 센다.

"One, two, three… eight, nine, ten"

아이폰X을 강조하듯 '텐'은 특별히 더 목청껏 소리쳤다. 직원과 대기자들은 물론 지나가는 행인까지 박수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 분위기를 낸다.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 행렬 중 20명 정도가 먼저 줄지어 차례로 들어간다.

대기자들이 입장할 때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하이파이브를 해주며 아이폰X를 쥐게 된 '선택된 자'들을 열렬히 환호해준다. 아이폰X를 쟁취한 고객이 나갈 때도 이 작고 가벼운 물건을 굳이 매장 문 앞까지 들어주고, 큰 소리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인사하면서 VIP급 대우를 해준다. (사진=김연지 기자)
입장할 때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하이파이브를 해주며 아이폰X를 쥐게 된 '선택된 자'들을 열렬히 환호해준다. 아이폰X를 쟁취한 고객이 나갈 때도 이 작고 가벼운 물건을 굳이 매장 문 앞까지 들어주고, 큰 소리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인사하면서 VIP급 대우를 해준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애플스토어 직원뿐만 아니라 경찰들이 나와서 질서를 잡아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호 고객은 야마우라(21) 씨(사진 오른쪽)에게 돌아갔다. 그는 10월 28일부터 애플스토어 앞에서 꼬박 일주일을 지샜다. "친구와 교대로 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는 그는 "애플 아이폰은 일본에서 1등 브랜드고 정말 매력적이다. 나올 때마다 매년 산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모두 256GB 모델 심프리로 샀다. (사진=김연지 기자)
1호 고객은 야마우라(21) 씨에게 돌아갔다. 그는 10월 28일부터 애플스토어 앞에서 꼬박 일주일을 지샜다. "친구와 교대로 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는 그는 "애플 아이폰은 일본에서 1등 브랜드고 정말 매력적이다. 나올 때마다 매년 산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모두 256GB 모델 심프리로 샀다.

실버 256GB를 구매한 타츠야(25) 씨는 매장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아이폰X를 뜯은 뒤 폰을 작동시켰다. 그는 "아이폰X를 살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빨리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11월 3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X을 손에 넣은 고객이 자랑하듯 아이폰X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김연지 기자)
아이폰 256GB 일본 출고가는 12만 9800엔이었지만, 타츠야 씨는 텍스 포함 14만엔에 구매됐다. 출고가 11만 2800엔인 64GB 모델에도 비슷한 텍스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출고가 64GB 모델 145만원, 256GB 모델 163만원보다 20만원 정도 차이 나는 셈이다.

같은 시간 국내에서는 아이폰8 시리즈가 출시됐다. 아이폰 3차 출시국인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등 1차 출시국에서 아이폰8이 나온 뒤 약 40일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아이폰8이 벌써 중고매물로 나온 상태다.

전작과 별반 차이 없는 기능과 배터리 부품 현상 등에다 아이폰X 대기 수요 탓에 1차 출시국에서 흥행 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아이폰8 시장 열기도 예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올해도 밤샘 줄서기는 등장했지만, 전날 오후 4시 기준으로 대기자는 2명에 불과했다. 아이폰7 출시 하루 전 비슷한 시간대 대여섯 명이 줄을 섰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폰8을 사느니 아이폰X를 사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이폰X은 공급 부족 탓에 연내는 힘들고, 내년 3~4월에나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 애플 "아이폰X 수요 강해" 자신감…"4분기 매출 97조" 사상 최대 실적 자체 전망

애플은 2일 뉴욕증시 마감 후 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폰 X에 대한 사전 주문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올 4분기 매출액이 최대 870억 달러(약 9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발표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X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자신했다. 아이폰8의 판매는 부진하지만 신형 아이폰 대기 수요 70% 이상이 아이폰X 구매를 희망하고, 1차 출시국인 55개국에서 실시된 사전 예약판매라 완판된 것이 그 근거다. 내년 상반기까지 향후 뚜렷한 경쟁모델이 없는 상황이어서 교체 수요가 아이폰X에 몰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에 정통한 KGI 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출하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2018년 1분기부터 아이폰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유례없는 '슈퍼 사이클'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큐리 코웬앤코의 티모시 애널리스트도 "2017년 상반기까지 아이폰 사용자의 43%가 2년 이상 아이폰을 사용한 사람들로 업그레이드 수요가 몰려있다"며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화약통이 아이폰X에 숨어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