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손아섭과 김현수다. 손아섭은 롯데에서, 김현수는 MLB 필라델피아에서 FA 자격을 얻는다. 내년 KBO 리그의 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둘의 행보는 상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아섭은 2년 전의 아픔을 딛고 다시금 MLB 도전을 노리고 있다. 반면 김현수는 MLB의 냉정한 현실을 겪은 뒤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
▲'2년 전 실패' 손아섭, 이번엔 ML 간다
일단 손아섭은 MLB의 관심은 확인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MLB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소 1개 구단 이상이 손아섭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손아섭은 MLB 도전에 시련을 겪은 바 있다. 2015시즌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은 손아섭은 MLB 진출에 나섰지만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에서 응찰 구단이 없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손아섭은 "(결과를) 듣는 순간 너무 허무했다"고 허탈한 소회를 드러냈다.
하지만 2년 동안 절치부심했다. 지난해 전 경기 출장에 타율 3할2푼3리 16홈런 81타점에 득점(118개)과 도루(42개) 2위에 올랐다. 올해는 안타왕(193개)에 등극했고, 득점 2위(113개)에 생애 첫 20홈런-20도루(25개)까지 기록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손아섭에 대해 아오키 노리치카(뉴욕 메츠)와 비슷한 스타일로 평가하고 있다. 아오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교타자 외야수로 2012년 MLB에 진출해 통산 758경기 타율 2할8푼5리 33홈런 219타점 377득점 98도루를 기록했다.
다만 아오키는 올해 휴스턴과 토론토, 메츠 등 3개 팀에서 뛰었다. MLB 진출 뒤 아오키는 밀워키, 캔자스시티,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 몸담았다. 올해는 완전히 '저니맨'의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 홈런이 대세인 MLB에서 손아섭의 도전이 성공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ML 쓴맛' 김현수 "KBO 복귀? 생각해보겠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는 국내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MLB 2년의 녹록치 않았던 경험을 한 김현수다. 손아섭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한 선배다. 동시에 손아섭의 MLB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김현수다. MLB 구단들이 김현수의 사례를 참고해 손아섭의 계약 조건을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수는 2015시즌 뒤 FA로 풀려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약 82억 원)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계약이었다. 당시는 나름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평가였다.
다만 이게 김현수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시범경기 이후 마이너리그 강등을 종용한 구단에 맞선 김현수는 댄 듀켓 당시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의 눈 밖에 나면서 고전했다. 지난해는 그래도 플래툰시스템 속에도 95경기 타율 3할2리(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 36득점을 기록했다.
FA가 된 김현수는 현실적으로 MLB에서는 빅리거 보장이 힘들다.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 승격을 노려야 할 스플릿 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현수가 지난달 19일 귀국 회견에서 "미국 잔류에 대한 마음은 크지만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다"면서 "국내 구단의 좋은 제의가 온다면 에이전트와 상의하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이유다.
김현수가 국내로 복귀한다면 4년 100억 원 정도의 조건이 가능하다. 타율 3할은 기본에 홈 구장에 따라 30홈런, 100타점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를 마다하고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MLB로 향하려는 손아섭과 이를 뒤로 하고 KBO 복귀를 목하 고심 중인 김현수. 물론 둘 모두 KBO 리그에서 뛴다면 소속팀에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과연 MLB를 놓고 둘의 운명이 엇갈린 모양새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