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은 2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 전 임원과 국가정보원, 지방자치단체 간부, VIP고객의 자녀 16명이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 임직원의 추천을 받아 합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지 16일 만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으로부터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중간보고를 받고 그 자료를 검찰에 넘겨 주고 수사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진술과 자료에 의하면 구체적인 합격지시나 최종 합격자의 부당한 변경 등 형사상 업무방해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행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도 이 행장이 이처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스스로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농협과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은 2015년 금감원 5급 직원 채용 과정에서 수출입은행 고위 간부의 아들을 잘 봐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이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하던 시절 이 고위 간부는 행장 비서실장이었다.
내년 4월에 임기를 마치는 김 회장은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임기인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돼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은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최씨 모녀의 독일 내 금융 관련 업무를 지원한 이상화 전 하나은행 부행장의 승진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 전 부행장의 승진을 "제가 지시했다"면서도 "김정태 회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함 행장은 또 최순실씨 측근인 김영재씨의 부인이 설립한 존제이콥스 줄기세포 화장품을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41억8000만원의 예산을 수의계약으로 집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나금융노조는 "과거와 현재 적폐의 핵심인물이면서 내일의 적폐까지 되려고 하는 김정태 회장을 규탄한다"며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대표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그 이사들이 대표를 뽑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구조가 문제라면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기업과 금융기관 중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 곳에 대해서는 사람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통해 손을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