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규장각이 조선왕조실록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기초조사 결과, 규장각 서고에는 국보로 지정된 실록 1천202책 외에도 미지정 실록 83책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보로 지정된 실록은 정족산사고본(국보 제151-1호) 1천181책과 기타 산엽본(국보 제151-4호, 낙장으로 구성된 책) 21책으로 구성됐다.
미지정 실록은 정족산사고본 6책, 기타 산엽본 1책, 기타본 76책으로 파악됐다.
정족산사고본은 강화도 정족산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지칭한다. 정족산사고의 전신인 강화서고에는 병자호란 이전까지 조선 전기 4대 사고 가운데 임진왜란 때 유일하게 소실되지 않은 전주사고 실록 한 질이 옮겨져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일부 실록이 훼손되거나 분실됐고, 이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서울 춘추관사고본과 무주 적상산사고본을 베낀 책이 포함됐다.
규장각 측은 "편찬 당시의 원형이 흐트러져 조선 전기에 간행된 원본 중에도 국보에서 누락된 것이 있다"며 "국보에서 제외된 기타 산엽본과 기타본은 낱장 실록들을 모아서 임의로 분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규장각은 조사 보고서에서 서고에 있는 실록궤 36개도 문화재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록궤는 실록을 담았던 나무 상자를 뜻한다.
규장각은 "실록궤는 조선시대 서적의 보존과 관리의 실상을 보여주는 자료로 일제강점기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며 "규장각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별도의 조사단을 꾸려 규장각에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추가로 분석할 것"이라며 "국보에서 빠진 조선왕조실록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