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죽어가는데… 文 정부도 "기다리고 있으라?"

장애아동 30만 명에 병원은 1곳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

- 일본엔 200개, 한국엔 1개? 병원 없어 떠도는 어린이 재활난민
-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치료도 교육도 못 받는 중증장애아동들
- 성인 1명 사망할 때 10대 미만 장애아동 37명 사망
- "하루가 절박한데 힘내시란 답변만..가족의 힘만으론 아이들 못 지켜"
- "문재인 대통령, 건우에게 약속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달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1월 01일 (수)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안진걸 사무처장(참여연대), 토닥토닥 김동석 이사장(건우 아빠)
 
◇ 정관용>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 돌아보는 안진걸의 이웃사람 코너인데요. 오늘은 재활난민, 특히 어린이 재활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 어서 오세요.
 
◆ 안진걸>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재활난민? 무슨 뜻이에요?
 
◆ 안진걸> 단어를 들으면 느낌이 오실 텐데요 재활치료가 필요한데 시설은 부족하고, 특히 어린이전문재활병원은 서울 마포에 있는 넥슨어린이재활전문병원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우리 장애아 있는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쫓아다녀야 되니까 난민처럼 떠돌아다닌다는 것이죠. 그리고 건강보험 수가체계때문에 장기 입원을 하면 수가가 삭감 돼 병원도 몇 개월밖에 입원을 허용을 안 한답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에 이 문제를 준비하면서 아주 심각하다. 특히 어린이재활병원이 하나밖에 없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 정관용> 가만히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가운데 특히 어린이 장애면 재활치료사들 손이 더 많이 가겠죠. 그러니까 한 아이를 치료하려면 아마 성인 1명 치료하는 것보다 재활치료사가 한두 명 더 붙어야 할 거고 이러다 보니까 대부분의 병원은 이걸 기피하려고 할 거고 그나마 있는 병원은 수도권에만 있을 거고 특히 지방의 장애아동들은 정말 힘들어지는군요.
 
◆ 안진걸> 그래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쫓아다닐 수밖에 없는 재활난민이 생기는 겁니다. 18세 미만 장애아동이 9만여 명. 그중에서 중증장애가 한 6만 3000여 명. 그중에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동이 2만 1000여 명인데 실제로 1만 6000명 정도만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그러니까 나머지 5000명은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있고 떠돌아다닌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반대로 어린이일수록 제때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잘 받으면 장애 극복도 가능한 거 아닌가요?
 

◆ 안진걸> 그러니까요. 성인보다 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의사소통이라든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정성이 필요한 것인데 그놈의 또 예산상의 문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문제로 계속 뒤로 밀려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일본은 어린이 재활병원이 200개가 넘어요.
 
◇ 정관용> 우리는 1개인데?
 
◆ 안진걸> 독일은 108개, 미국은 40개가 됩니다. 그래서 모든 어린이는 우리 모두의 어린이다.  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말은 하면서 실제로는 어린이전문재활병원 하나 제대로 안 짓고 장애인 특수학교 못 짓게 하고 이런 성인들이 제가 보기에는 몹쓸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미안한 마음이 막 들더라고요.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추진 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대선 후보시절의 문재인 대통령

◇ 정관용> 장애인 특수학교에 대해서는 우리 방송에서도 몇 번 다루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데 ‘아, 병원 재활치료도 이렇게 심각하구나.’
 
◆ 안진걸> 맞습니다. 특히 10대 미만 장애 아동 조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이 전체인구 대비 37배 가까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소외돼서 사망률까지 매우 높은 것으로 지금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미처 여기까지는 생각 못 했던 분들이 많을 텐데 실제로 중증장애아동의 아버지 한 분을 전화연결해 봅니다. 건우 아빠이고요. 지금은 관련 단체인 토닥토닥의 이사장도 맡고 계십니다. 건우 아빠 김동석 씨 안녕하세요.
 
◆ 김동석> 안녕하세요.
 
◇ 정관용> 건우 지금 몇 살입니까?
 
◆ 김동석> 10살입니다.
 
◇ 정관용> 어디가 아파요?
 
◆ 김동석> 2살 때 사고로 장애인이 됐고요. 지금 사지마비 상태고 위로 음식을 직접 투여하고 있고 말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아주 중증이군요.
 
◆ 김동석> 네.
 
◇ 정관용> 그러면 뭐 통원치료 이런 건 생각도 못하고 계속 입원을 해야 되겠네요.
 
◆ 김동석> 입원이나 소아낮병동이라고 입원과 외래의 중간 형태로 집에서 아침에 병원 갔다가 오후에 오는 거죠, 집중치료를 받고.
 
◇ 정관용> 2살 때 사고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겁니까?
 
◆ 김동석> 8년 동안 이렇게 병원생활을 하고 있고요. 건우는 사실 한 달 정도 재활치료를 못 받으면 신체에 문제가 생기고 그리고 생명에도 좀 위험해지는 상황이 발생을 합니다.
 
◇ 정관용> 댁은 어디세요?
 
◆ 김동석> 저희는 대전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 정관용> 대전에는 그런 적절한 병원이 있습니까?
 
◆ 김동석> 대전에 입원병상은 별로 없고요. 소아낮병동이라고 해서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그런 형태의 병원이 3개 정도 있습니다.
 
◇ 정관용> 3개. 소아낮병동이니까 입원은 아니고 아침에 가서 저녁에 나오는 거잖아요. 거기는 6개월 입원기한 제한 이런 거 없습니까?
 
◆ 김동석> 마찬가지로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김동석> 6개월이면 퇴원 처리가 되고요. 그래서 대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 6개월 지나면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 김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다음에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그러는 거예요?
 
◆ 김동석> 네.
 
◇ 정관용> 저런..건우는 학교 입학도 못 했겠네요.
 
◆ 김동석> 학교 입학을.. 그것 때문에 교육청에 계속 요구를 해서 병원 전국 최초로 대전에 전국 병원 파견학급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건우는 입학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병원으로 선생님이 오시는 겁니까?
 
◆ 김동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입학 이후에는 그래도 병원에 있는 동안 선생님하고 공부도 하고 합니까?
 
◆ 김동석> 네, 그렇게 하는데 이게 건우가 다니는 모든 병원에 있는 건 아니고요. 몇 개 병원이 있고 그리고 여기서도 교과가 기본적으로 1년 단위, 6년 단위, 3년 단위 이렇게 가는데 6개월 있다가 퇴원하게 되면 다시 교육이 또 중단되고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을 하는 거죠.
 
◇ 정관용> 6개월 지나서 옆 병원으로 옮겼는데 거기는 병원 파견학급이 없고?
 
◆ 김동석> 네 그렇게 되고요. 병원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타지에서 오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아이들은 이런 교육에서도 소외됩니다. 타지에서 왔기 때문에 지금 교육청도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고 하는 거죠.
 
◇ 정관용> 유사한 경우를 겪고 있는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아빠, 엄마들도 많이 만나고 계시잖아요. 그분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고충이 어떤 겁니까?
 
◆ 김동석> 가장 큰 것은 기다림입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우리 아이의 끊임없는 치료 중단과 대기 그 교육도 우리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는 계속 기다리라고 하거든요. 기다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이렇게 얘기를 하면 답은 없고요. 그러면서 힘내시라고 하는데 참 가족들만의 이런 힘으로 아이들을 지키기는 어렵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건우를 만났다면서요?
 
◆ 김동석> 그렇습니다. 한 번은 대전에 저희 토닥토닥을 찾아오셨고요. 고충을 들어보겠다 좀 하셨었고 또 한 번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건우의 이름을 부르면서 임기 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완공을 약속을 하셨습니다.
 
◇ 정관용>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좀 여러 곳으로 생기고 그러면 당연히 거기는 병원 파견학급들이 설치가 되기 쉬울 것이고, 그렇죠?
 
◆ 김동석> 그렇죠.
 
◇ 정관용> 그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겠군요.
 
◆ 김동석> 네, 네.
 
◇ 정관용> 아이고, 진짜 저도 드릴 말씀이, 조금 더 힘내세요. 함께 우리 기다리면 그런 것들이 좀 더 생기겠죠. 고맙습니다.
 
◆ 김동석> 감사합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건우 아빠, 토닥토닥의 김동석 이사장 만났고요.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몇 개 짓겠다고까지 했나요?
 
◆ 안진걸> 권역별로 5군데 정도는 짓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권역별 5군데면 예를 들면 호남에 하나, 충청에 하나, 영남에 하나, 수도권에 하나 이런 식이잖아요. 강원도, 제주 하나. 그러면 너무 먼 거리를 다녀야 합니다. 9만여 명이나 되거든요, 지금 18세 미만이. 그러니까 사실 16개 광역시도마다 하나씩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 정관용> 그게 최소한이죠, 최소한.
 
◆ 안진걸> 일본만 하더라도 200개가 넘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문제가.. 지금 아까 넥슨어린이재활전문병원 딱 하나 있다고 그랬잖아요.
 
◇ 정관용> 서울에.
 
◆ 안진걸> 그거 민간이 한 겁니다. 푸르메재단이라고 유명한 그 재활 공익재단 있잖아요. 거기가 모금해서 만든 거거든요. 민간도 했는데 공공이 없다는 것이 더 부끄럽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이나 장애인 복지 수준이 그런 정말 어린이들이나 장애인이 소외돼 있다는 게 아주 여실히 드러나버린 것이죠.


◇ 정관용> 의료계 쪽에서 얘기하는 고충은 없습니까?
 
◆ 안진걸> 어찌 됐든 이게 민간병원이 하기에는 비용이 수지가 안 맞는 게 사실이라고 계속 고충을 호소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공공이 나서야 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이고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분들이 재활 전문가들이잖아요. 이분들이 올해 성명을 냈더라고요. 어린이들이 특히 지방에서 열악한 시설로 장애아동들이 수도권 중심으로 떠돌게 만든다, 장애난민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가족이 해체되니까 오히려 장애아동이 장애 치료를 포기하는 아주 불평등한 현실이 있다, 불공정한 현실이. 그래서 빨리 공공재활의료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런 성명을 냈고요.
 
마침 국회에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하는 법률안도 발의 돼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직접 법안도 냈더라고요. 그리고 대통령께서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후보 시절에도 그렇고 여러 차례 빨리 이 법을 통과시켜야 된다, 최소 5개는 만들자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어제 국감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방금 우리 건우 아버님을 참고인으로 모셨거든요. 보건복지부가 소극적이라는 겁니다. 예산 배정이라든지 여러 가지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좀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정관용> 물론 세금 제한도 있고 돈 쓸 곳은 많고 합니다마는 제가 오늘 쭉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특히 어린이재활전문병원 같은 경우는 이거는 세금 아니면 기댈 언덕이 없네요.
 
◆ 안진걸> 맞습니다. 그런데 꼭 이런 거 하자고 하면 돈이 부족하다, 이런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내년도 대한민국 예산이 430조나 됩니다. 지방정부 예산, 서울시가 30조가 넘고 다 하면 또 100조가 넘거든요. 지방정부 예산들도. 그러니까 530조나 되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예산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병원 지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문제인데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이게 국민들 제일 큰 고통이고 특히 거기서 아동 중증 질환이나 아동 가정이 훨씬 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거기부터 예산을 투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다들 이야기 하면서 아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해서는 안 되는 거죠.
 
◇ 정관용> 미처 여기까지 생각지 못했던 청취자분들, 좀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린이 재활난민. 이 단어 자체가 없어져야 할 단어죠.
 
◆ 안진걸> 아주 비참한 단어입니다. 부끄러운 단어입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 고맙습니다.
 
◆ 안진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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