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에서 여야의 '손님 대접'은 극명히 나뉘었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기립박수로 환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검은색 옷에 왼쪽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단 '상복' 차림으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이들은 또 좌석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에 '방송장악 저지' '민주주의 유린' 이라고 적힌 글씨판을 붙여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우했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대형 현수막 3장을 펼쳤다.
10시 30분쯤 문 대통령이 '사병의 급여를 올려 사병의 복지와 사기를 올리겠다'는 발언을 끝내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한 반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현수막을 들고 기립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제지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현수막 시위는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중진 의원들은 현수막 더 높이 들라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 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한국당의 현수막 시위에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소리는 더욱 커지는 등 대통령의 연설 와중에 여야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계속됐다.
야당이지만 국민의당 이상돈, 황주홍, 최명길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은 중간중간 박수에 동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설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앞줄에 앉은 국무위원들과 먼저 악수를 한 뒤 옆으로 이동하며 바른정당, 국민의당, 민주당 의원들을 거쳐 한국당 의원석으로 이동해 악수를 청했다.
대통령의 '악수 순방'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큰 목소리로 "화이팅입니다"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약 38분간 이어진 시정 연설에서 '국민' 70회, '경제' 39회, '일자리'는 13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란색 넥타이에 왼쪽 가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뱃지를 단 감색 양복을 착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색 양복과 넥타이는 5월 10일 취임식 때 착용한 옷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신 것'으로 보면 된다"며 "평창올림픽 뱃지는 올림픽 개최 100일을 남겨두고 성공을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