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개교한 이 학교는 대로변에서 굽어진 길을 따라 1.2㎞를 더 들어가야 해서 '도심 속 시골학교'로도 불린다.
학년별로 한 학급씩 편성된 이곳은 매년 10여 명 안팎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입학한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교육청으로부터 관내에서 유일하게 공동학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면 제일 먼저 운동장에 가방을 벗어던지고 운동장을 뛰기 시작한다.
이어 친구들과 함께 줄넘기를 돌리고 형, 누나, 동생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는 등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까지 쉬지 않고 뛰어다닌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언제든 운동장에 나와 뛰어놀 수 있다. 점심시간과 수업을 마친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자유로운 학교생활은 아이가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고, 학부모는 학교의 교육방식을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고산초교가 인근 택지개발지구에 신설될 초등학교로 통폐합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신설 학교로 흡수될 경우 재학생이 늘어나 자유로운 학교생활방식은 폐기되고, 반 배정 등 아이들이 겪을 혼란만 가중될 우려 때문이다.
◇고산지구 신설 초교 2020년 3월 개교 목표…주변 여건 따라 늦어질 수도
교육부는 지난 8월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열고 '고산1초(가칭)'에 대한 설립을 승인했다. 나머지 초·중·고 3개 학교는 설립 계획이 추진 중이다.
고산1초는 학생정원 1139명, 완성학급 38학급, 특수학급 1학급, 병설학급 3학급 규모로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명은 개교 1년 전 교명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될 계획이다.
의정부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교육부 승인을 얻어 예산을 배정받아 내년 설계에 들어가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개교 시점은 계획일 뿐이고 주변 개발여건에 따라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개교일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산초교 학부모들은 학교가 신설되면 사실상 고산초가 통폐합될 것으로 내다보고 술렁이고 있다. 일부 저학년 학부모는 아이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학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학년의 경우 학교 통폐합이 이루어지기 전 졸업을 할 수 있지만 저학년은 재학 중에 학교를 옮기게 돼 아이들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A씨는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이유는 거리가 멀어도 조금이라도 더 뛰어놀 수 있는 환경 때문"이라며 "신설학교의 교육방식이 지금처럼 자유로울지도 의문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아이들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재학 중에 학교를 옮기게 되면 기존 학급에 편성된 학생들은 친구들과 떨어져 수업을 받는 등 반 배정 문제로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일부 학부모는 아이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전학을 가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고산초교와 신설학교가 통합하려면 우선 고산초교에 대한 폐교가 우선돼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며 "폐교를 하려면 지침에 따라 교직원과 학부모, 졸업생,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산초교는 택지개발지구 밖에 있어 신설되는 학교와 통폐합될지 여부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교육청 내부에서 결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 개발논리에 떠밀려 폐교 위기…학부모는 '존치 희망'
개발논리에 떠밀려 역사와 전통, 특색 있는 작은 학교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에 학부모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율적 학교생활에 적응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할뿐더러 자연의 변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저학년, 고학년, 장애학생 구분 없이 전교생이 함께 어울리는 학교생활로 아이들 스스로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를 키울 수 있는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도심 속 유일한 시골학교인 고산초교가 통폐합되지 않고 그대로 운영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학부모 C 씨는 "서울시의 경우 도심 내 유서 깊은 소규모 학교를 작은 학교로 지정해 활성화하기로 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학교도 없애지 말고 작은 학교만의 특색을 살려 계속 운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