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겹살, 3년 사이 22% 급등…앞다리살 삼겹살로 둔갑

일부 단체급식 업체들 앞다리살에 가격 싼 뒷다리살 섞어 납품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살이 최고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에는 구이용으로 앞다리 살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겹살과 목살 가격이 최근 3년 동안 너무 많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돼지고기 부위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식당과 단체급식 업체 등이 돼지고기 부위를 섞거나 속여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삼겹살, 목살, 앞다리살 가격 급등…소비증가에 불합리한 유통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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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산 돼지 삼겹살의 소비자가격(100g)은 지난 3분기 기준 평균 2천81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505원 보다 12.2%, 지난 2014년 같은 기간의 2천303원에 비해선 22%나 올랐다.

목살 소비자가격도 지난 2014년 3분기 2천456원에서 올해 3분기에는 2천780원으로 13.2% 인상됐다.

같은 기간 앞다리 살 가격은 1천308원에서 1천599원으로 22.2% 오른 반면, 뒷다리 살은 1천74원에서 1천원으로 오히려 6.7%나 하락했다.

이처럼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살 가격이 오른 것은 이 기간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닭과 오리고기 대신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돼지고기 유통 과정에서 보다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돼지 도축물량 가운데 도매시장 경매물량은 10%에 불과한데 이 게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까 돼지고기 값이 들쭉날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들어서는 경매물량이 더욱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면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돼지고기 유통 구조와 가격 정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3분기의 경우 전체 돼지도축 물량 368만 마리 가운데 도매시장 경매물량은 41만 마리로 11%를 차지했으나, 올해 3분기에는 406만 마리 가운데 경매물량은 36만 마리로 8.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 소비자, 삼겹살 가격 부담…대신 앞다리살 구입 늘어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10㎏ 어미 돼지 1마리를 도축해 머리와 내장, 뼈 등을 제거하면 정육 무게는 55kg 정도가 된다.

이 같은 정육 가운데 뒷다리 살이 16㎏으로 가장 많고 삼겹살이 12㎏, 앞다리 살 10㎏, 목살 6㎏ 등이 나온다. 이 중 뒷다리 살은 주로 족발이나 햄, 소시지 등 가공용으로, 앞다리 살은 불고기나 돈가스용으로 소비가 됐다.

하지만, 최근 삼겹살과 목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일반 구이용으로 앞다리 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축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분기 돼지고기 전체 재고물량 2만2천700톤 가운데 삼겹살 비중이 23.4%, 목살 9.0%, 앞다리 살 14.4%, 뒷다리 살 5.7% 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는 전체 재고물량 2만2천480톤 가운데 삼겹살이 16.8%, 목살14%, 앞다리 살 10%, 뒷다리 살 24%로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2015년과 비교해 삼겹살과 앞다리 살의 재고물량 비중은 줄어든 반면, 목살과 뒷다리 살 재고물량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삼겹살과 앞다리 살은 소비가 늘어나 재고물량이 줄어든 반면, 목살과 뒷다리 살은 소비가 줄면서 재고물량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축산경제연구원 김경민 연구원은 “삼겹살은 가격이 올라도 여전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목살 소비는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신 가격이 저렴한 앞다리 살이 구이용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겹살 대비 앞다리 살 가격은 지난 2015년 70.5% 까지 높아진 뒤 올해 3분기는 56.9%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축산경제연구원이 최근 소비자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체 부위 구입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2.6%, ‘없다’가 67.4%로 소비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대체 부위 구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체부위 구입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부위로 대체 구입을 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앞다리 46.7%, 등심 23.2%, 안심 12.6%, 뒷다리 11.2%, 갈비 6.3%로 앞다리 구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 앞다리살이 삼겹살로, 뒷다리살이 앞다리살로…섞어 팔기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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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처럼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살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식당과 단체급식 업체 등이 앞다리 살을 삼겹살로 속여 판매하거나, 뒷다리 살을 앞다리 살과 섞어 납품하는 등의 부정 유통행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앞다리 살의 경우도 중간 중간에 지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잘게 썰어 판매하면 삼겹살과 구분하기가 힘들다"며 "구워서 먹으면 맛도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도 비싼 삼겹살 대신 앞다리 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트는 정확하게 구분해서 판매하지만 식당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삼겹살인지 앞다리 살인지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축산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앞다리 살이 구이용으로 많이 공급되고 있는데, 식당메뉴판에서 앞다리 살을 본 적이 있느냐"며 "결국 삼겹살로 판매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나 단체급식소 등에는 불고기용 앞다리 살에 뒷다리 살이 섞여 납품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앞다리 살에 비해 뒷다리 살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일부 납품업체들이 섞어서 납품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이 합동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돼지고기가 바로바로 소비되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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