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은 좀.."…한국당 지방선거 후보들 '당명 감추기'

국정농단 이후 낮은 지지율과 무관심에 당명 노출 소극적

경기도내 자유한국당 소속 상당수 시의원들의 명함에 당명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당명이 표기된 민주당 시의원(사진 왼쪽)과 당명이 사라진 한국당 시의원의 명함. (사진=동규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심정입니다."

경기지역 자유한국당 소속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명함에 자신의 소속 당명(黨名)을 빼는 등 명시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당적(黨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이라면 알권리 등의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소속 당명이 표기된 명함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시의원 다수가 명함에 당명을 표기하고 있는 민주당과 대비된다.

당명이 사라진 명함이 비일비재한 것은 국정농단 후폭풍으로 한국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데다 107석의 제1야당이라고 하기에는 지지율이 오랜기간 저조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10월 23~27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67.2%로 집계됐다.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49.2%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고, 자한당은 18.9%에 그쳤다.

실제 경기도내 일선 지자체의 상당수 자한당 소속 시의원들은 '굳이 당명을 명함에 넣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왕시의회 A의원은 "당에 대한 자긍심은 있지만 당이 워낙 인기가 없다 보니 솔직히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당명을 명함에서 뺐다"며 "모임에 가 보면 의왕시의원 뿐 아니라 다른 기초자치단체 한국당 의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털어 놓는다"고 귀띔했다.

의왕시의회는 A의원을 포함해 한국당 소속 의원 2명 모두 명함에 당명을 표기하지 않은 상태다.

안양시의회 경우 자한당 소속 12명 시의원 중 9명이 명함에 당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의원의 명함 앞편은 물론 뒤편 이력난 어디에도 당명이 적혀있지 않은 것이다.

시의원 명함의 경우 의원 개개인이 직접 주문·제작 하거나 의회 차원에서 일괄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일이 의원 결재 후 명함 프로필이 작성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의도적으로 당명을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의원들은 당명 표기 대신 명함 하단에 당을 상징하는 붉은 색의 띠를 그려 넣은 것으로 대신했다는 입장이다.

안양시의회 한국당 B의원은 "명함하단에 붉은 색을 넣었기 때문에 당명을 표기하지 않았다"며 "당 지지율이 올라야하는데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국회 등 중앙정치권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와 함께 당의 발빠른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의왕시의회 한국당 소속 C의원은 "중앙 정치권의 잘못으로 시의원들이 욕을 먹고있다"며 "선거전 빠른 시일내 당이 정상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D의원은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하루빨리 박 전 대통령과 대표적 친박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이 이뤄져야 한다"며 "명함에 당명을 자랑스럽게 적어넣던 시절이 그립다"고 밝혔다.

군포시의회도 한국당 소속 의원 4명 가운데 3명이 명함에 당명을 넣지 않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오히려 명함의 배경 색깔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어서 의아함을 주고있다.

한국당 소속 광명시의회의 E의원은 "명함에 당명을 쓰고 안쓰고는 의원들의 자유라 생각해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함에 당명이 사라지는 세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명함에 당명을 표기한 한국당 소속 안양시의회 F의원은 "정당 공천을 받고 의원이 됐으면 당연히 당이 어려울때 당명을 명함에 더욱 새기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양시의회 민주당 소속 G의원은 "명함에 당을 표기하지 않는 한국당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명함에 최소한 당직이라도 표기하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의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사실관계(명함에 당명이 빠지고 있는)를 파악한 후 관련된 입장을 표명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안양지역에서는 지난 10월 초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이 지역구에 당명이 적힌 추석인사 현수막을 게시한 반면, 한국당의 경우 당명 없는 현수막을 걸어 '주인 없는 현수막'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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