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끊었던 여가부, '위안부기록물' 등재보류에 '유체이탈' 유감표명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둘러싼 '역사전쟁' 완패, 여가부는 책임 없을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유네스코가 31일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배제된 데 대해 여성가족부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관련 예산 지원을 끊었던 여가부가 이른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보류 권고와 사무총장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문제의 진실을 왜곡하는 어떠한 언행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미래 세대에게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이러한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는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노력과도 상통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관련부처 및 민간단체와 협의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별도로 '위안부' 연구소를 운영하고 관련 기록물의 조사·발굴·수집·정리·연구·국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2015년 한·일 합의 이후 지원 중단

하지만 지난해 여가부는 해당 기록물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기 위한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는 등재 신청을 사실상 주도하던 민간단체에 지난 2014년부터 사무실 운영비 등을 지원하던 비용이었다. 2014년도 예산으로는 3700만 원,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억4천만 원이 편성됐었다.

다만 여가부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이 이뤄진 뒤 해당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았고 이 돈을 결국 '기록물발굴정리 해제사업'이라는 연구사업에 투입했다. 올해는 아예 예산안에서부터 해당 항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역사전쟁'에서 완패한 데 대해 예산지원을 끊은 여가부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 김선실 대표는 "박근혜정부가 졸속합의 이후 예산을 끊으면서 로비나 홍보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사무국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위원회가) 이와는 대조적으로 치밀하게 로비활동을 벌였던 일본정부의 손을 들어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당시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 제출이 완료되면서 예산지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했던 것일 뿐"이라며 "기록물이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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