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발표문에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 대목이 사드 보복을 완화하거나 철회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그룹은 한중 당국간 관계개선 합의에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31일 "오늘 한중간 관계개선 조치를 환영한다"며 "롯데 뿐만 아니라 중국 관련 기업들이 조속히 영업활동을 재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유커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최대 타격을 입은 면세점과 백화점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은 중국내 롯데마트의 매각은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돼 지금 시점에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귀환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발길을 끊었던 중국 단체 여행객들이 대거 한국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담당하는 전담여행사는 161곳이 지정돼 있지만 중국의 단체여행 금지 조치로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폐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한령이 풀리더라도 당장 유커를 대규모로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는 여행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전담여행사도 정상화시키고 관광버스 기사 충원과 패키지 상품 구성 등에 최소한 석달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모두 1천720만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8%가 중국인일 정도로 유커는 한국 관광업계의 큰손이었으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무려 39.4%나 급감했다.
문체부와 여행업계는 대규모 유커 유치에 대비해 지난주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하는 등 물밑에서 조용히 준비를 해 왔다.
항공업계도 한중관계 복원 상황에 맞춰 노선 증설이나 증편을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역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업은 기업 본연의 역할과 업무를 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 정부가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만큼 자동차 시장도 조만간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보복 여파로 올 상반기 중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 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8월에는 현대차 중국법인 공장 4곳이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차 중국합자 회사인 베이징현대가 사드 여파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대금지급을 지연하면서 부품업체가 납품을 중단하자 중국법인 공장 5곳 중 4곳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여파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자 올해 중국 판매 목표량을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대폭 낮춰 잡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중국내 반한 감정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 현지 고객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던 현대기아차는 최근 딜러샵 방문 트래픽이 사드 초기 보다 개선됐고, 온라인상에서의 악성댓글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사드 여파에 시달린 또다른 분야는 화장품이다. 화장품 업계는 양국의 합의에 환영 의사를 밝히며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화장품업계는 지난 3월 금한령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기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7% 감소한 132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이 좌우하는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이어서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유럽과 동남아, 미국 등 해외 시장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한중 관계 정상화 발표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통관 절차가 무척 까다로워졌다"면서 "앞으로 수출 기업들이 겪었던 어려움들이 해결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