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31일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지급한 선금을 재벌 건설사 등 원청기업들이 가로채고 있다"며 "하도급법 위반 여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발주한 공공건설현장엔 매년초 예산액의 평균 50%, 최대 77%까지 경기부양 차원에서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선금을 지급한다. 그 규모만 30조 원이 넘는다.
정 의원이 익산·부산 등 두 곳의 국토관리청으로부터 공공건설사업 발주현황과 선금지급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공사비 500억 이상·연간예산 100억 이상 56개 사업의 예산금액 대비 선금지급률은 익산 49%, 부산 53%, 지급액은 1조 84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4개 현장을 분석한 결과 원청은 예산금액 1523억 원 가운데 57.2%인 872억 원을 선금으로 받은 반면, 원청이 중소 하청기업에게 지급한 선금은 92억 원으로 11%에 불과했다. 나머지 780억 원은 원청이 챙긴 셈이다.
특히 원청기업이 선금을 받을 때 제출한 사용계획서에 "350억 원을 하청기업에 지급하겠다"고 밝혀 발주자 승인을 받은 걸 감안하면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란 것이다.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장비를 보유하지도 않은 원청에게 70%의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하다보니, 상습 체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체불 노동자 30만 명 가운데 25%인 7만명은 건설업 노동자로, 체불 규모는 최근 5년간 1조 2천억 원에 이른다.
정 의원은 "이번 분석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할 것"이라며 "피 같은 세금이 걷히기도 전에 한국은행에서 미리 돈을 빌려 원청업자에게 지급하는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