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살수차 요원들 선처해달라" 동료 경찰들 탄원 '봇물'

내부망 제안에 서명자 9천명 육박…형사사건 재판부 제출 예정
"한순간 상황으로 이미 많은 고통…법 허용범위에서 관용 부탁"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고(故)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 살수차 요원들을 검찰이 재판에 넘기자 이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 서명이 경찰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경찰 내부망에 살수차 요원 한모(39)·최모(28) 경장에 대한 '탄원서 동의안 명부'가 올라온 뒤 이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서명이 우편과 이메일 등으로 작성자에게 계속 전달되고 있다.

탄원 운동을 시작한 이는 한·최 경장이 속한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 취합은 11월17일 마감 예정이다.

탄원서 작성자는 "피탄원인들은 맡은 업무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했던 경찰관"이라면서 "한순간의 상황으로 본인과 가족들은 이미 많은 고통을 받았고 앞으로도 받아야만 한다"며 형사사건 재판부에 이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작성자는 "부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용을 베풀어 고통을 받고 있는 경찰관과 그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썼다.


탄원서가 올라온 지 5일째인 지난 24일 탄원 동참자는 3천88명이었고, 30일 오전 10시까지 8천850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장(총경)도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최 경장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투입돼 백남기 농민을 향해 직사살수를 이듬해 9월 25일 사망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이들이 '직사살수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내용의 경찰 내부 규정 '살수차 운용지침'을 지키지 않았고, 가슴 윗부분에 직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집회관리 최종 책임자로 명시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현장 지휘관이던 신윤균 총경(당시 서울청 4기동단장)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한·최 경장은 형사소송과 별개로 백 농민 유족이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청장, 신 총경, 자신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에서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정하고 승낙한다는 취지의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경찰청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백 농민과 유족에게 거듭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민사소송에서 국가 청구인낙 등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해 피해배상이 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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