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하청업체, 교회 공사에 직원 무보수 동원?

로테코 노동자들이 동원돼 제작한 ㄱ교회 장식물
'철피아'로 알려진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하청업체에서 고위 간부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 시설 공사에 회사 직원을 수 년째 불법 동원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조가 항의하고 나섰지만, 사측은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믿을 수 없는 헛소문"이라는 반응 뿐이다.

코레일 열차 정비사업을 독점하다시피 맡고 있는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로테코)는 고위 임원부터 현장관리직인 계장급까지 대부분 코레일 출신자들로 채워진 '철피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앞서 CBS 단독보도로 노골적인 노조 가입 탄압 공작을 벌였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한 바 있다.(관련기사 : [단독]철피아 로테코 '노조가입 방해 공작'.. 표적해고 암시")


그런데 이 곳 노조에 따르면 이사급 임원인 고양관리소장 ㅈ씨는 자신이 다니는 인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ㄱ교회 시설 공사에 수 년째 직원들을 불법 동원해왔다.

노조에 따르면 그동안 ㅈ소장은 평일 업무 시간에 교회 정문 철거 및 재설치나 화단 설치, 화장실 수리 등 다양한 ㄱ교회 시설 공사를 직원들에게 지시해왔다.

게다가 공사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공구도 회사 물품을 무단으로 가져다 사용해 횡령 혐의도 짙다.

로테코노조 권율 고양지부장은 "제가 사진 등 증거를 수집한 사례만 1년 넘게 이어져왔다"며 "교회 측은 합당한 보수를 지불했다는 투로 말하는데, 직원들은 보수는커녕 식사조차 제대로 못 챙겨 먹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A소장은 해당 교회 장로로 알려져 있다"며 "교회 측은 회사 안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데, 보수 지불 여부와 관계없이 남의 회사 직원들에게 교회 일을 시켜두고 문제가 불거지자 나 몰라라 한다면 말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ㅈ소장은 CBS 취재진의 질문에 "모르는 일이다. ㄱ교회에 물어보시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모르쇠' 해명과 달리 ㅈ소장은 이미 지난 6월 노조의 지적에 "과거 사업장 외부에서도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면 자주 도왔던 관례대로 교회를 도왔을 뿐"이라며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에 사과한 뒤로도 ㅈ소장이 교회 시설 보수에 직원들을 계속 동원하자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에서 ㅈ소장의 불법 지시를 얘기하고 시정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본사 측은 관련 내용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노조가 하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로테코 본사 관계자는 "지난 6월 노조가 설립된 이후 여러 불만사항을 듣고 있고, 그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며 "소문 수준으로 보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을 조사했느냐는 질문에는 "각 기지에서 하는 업무를 본사가 일일이 챙길 수 없다"며 "우리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알아볼 필요도 없고 확인할 여력도 없다"며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지부장은 "이 외에도 노조원들을 표적으로 업무 배치에 불이익을 주거나, 민주노총을 탈퇴하라는 등 부당노동행위도 잦았고, 간부급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업무를 직원들에게 떠넘기기도 했다"며 "코레일 열차 정비를 맡은 하청업체로 공기업이나 다름없는데 회사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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