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접민주주의, 대의제 한계 극복, 보완 가능. 번거로움, 비용, 시간 감수해야
- 제주 제2공항 공론화 한 번으로 해결될 사안 아냐…정보 오픈하고 토론 시작해야
- 갈등 해결의 최근 트랜드는 '주민참여'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한국갈등해결센터 강영진 대표
◇ 류도성> 우선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신고리 원전의 사례로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일단 숙의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 강영진> 숙의라는 것은 익을 숙(熟), 의논할 의(議)자를 쓰는 건데요. 논의를 무르익게 해서 민주주의를 더욱 깊게 풍부하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갈등이나 쟁점이 있을 때, 정부나 정치권에만 맡기지 말고 시민들이 나서서 충분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바탕으로 동료 시민들하고 토론을 해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성숙한 민주주의를 지향 한다는 것이죠.
◇ 류도성> 그래서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이다,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숙의민주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 류도성> 최근 신고리 원전 사례를 두고서 좋은 평가도 있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는데요. 숙의민주주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장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 강영진> 우선 장점은 앞서 말씀하셨듯이 간접민주주의 또는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해준다는 것입니다. 기존 정치인이나 정당들이 대체로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선진국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래도 그런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국가 경영을 맡기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그래서 바로 시민들이 나서서 그러한 문제점을 보완 해주려 하는 것이 숙의민주주의라 할 수 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장점이 있는데요. 민주주의 라는 게 사실 일반 시민들이 눈으로 볼 때 아주 먼 곳, 저 높은 곳에 있는 셈인데, 그게 아니라 원래 민주주의는 그렇게 높은 곳, 또 다른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것, 우리 가까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숙의민주주의 장점이자 핵심, 본질인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게 할러면 절차도 번거롭고 수단과 비용도 많이 들고 그런다는 게 단점이겠죠.
하지만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원래 민주주의라는 것이 번거롭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독재와 다른 것이고요. 그런 정도의 절차 시간, 비용 등을 번거롭게 여긴다면 독재로 돌아 가야하는 것이고요. 그게 아니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비용과 시간은 감수 해야지 않나 싶습니다.
◇ 류도성> 어쨌든 숙의민주주의는 이념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갈등 해결의 좋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국회나 지방의회 같은 대의기관이 있는데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 강영진> 예, 바로 그 점이 이번 신고리 원전의 공론화 관련해서 굉장히 쟁점이 되고 논란이 되었던 사안인데요. 특히, 기존 정치권, 국회, 정당 쪽에서 그런 것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많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것을 보면서 한 가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요. 공론화나 숙의민주주의의 의제 대상이 되는 것은 국회나 지방의회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회나 지방의회는 기본적으로 입법기관이지 않습니까? 이번 공론화도 그렇고 숙의민주주의에 대상이 되는 건 입법관련 사항이 아닙니다. 행정부의 정책이나 고유사무에 관한 것이지요. 신고리 5·6호기 계속 짓을 것이지 말 것인지는 대통령이 결정해야할 사안이고 공약을 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그걸 이제 다시 정책에 직접 실현 하려고 하니깐 여러 가지 고민 되는 점도 있고 이해관계도 충돌이 되고 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한번 물어보자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게 바로 이번 공론화고 숙의민주주의 절차인 거죠.
따라서 의회나 지방의회 같은 영역을 침범하거나 권한을 넘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장관 또는 도지사가 같은 최종 결정권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즉, 행정부 업무영역에 대해서 시민들의 숙고된 여론을 행성해서 권고의 형태로 수용하거나 반영하려는 거죠. 따라서 국회나 지방의회 같은 대의기관에서 물론 행정부 사무에 대해서 논의하고 의결 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것은 행정부에서 판단 또는 결정 사안이기 때문에 행정부에서 특정사안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받는 또는 관심이 있는 시민들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다양한 입장들 속에서 사회적합의도 형성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건데요. 그건 제가 볼 땐 바람직한 일이지 결코 비난하거나 경계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 류도성> 그래서 최근에 제주에서는 제2공항 문제를 숙의민주주의로 풀어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조례도 추진되고 있는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강영진> 예, 우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끝나기 무섭게 제주도에서 바로 조례재정 움직임까지 발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저는 반갑게 봤습니다. 우선, 향후제도에서 필요할 때, 이런 공론화 같은 숙의민주주의 방식 또는 시민참여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겠죠. 그때, 그냥 하는 것이 아닌 그거 조례를 가지고 하게 되면 기반도 단단하고 추진력도 생기게 되죠. 그런 점에서 공론화, 숙의민주주의를 활용 할 수 있는 근거 조례를 만드는 건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고요. 다만, 이것을 바로 현재 제2공항문제에 적용하는 데에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게 그냥 공론조사 한 번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워낙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도 얽혀있고 또 현재 추진 중인 점도 있고 제주도 차원에서만 결정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토부 사무고 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 거고 중앙정부에서 사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제주도 차원에서 공론화로 논의 한다고 할 때 어떤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또 어떤 의제를 가지고 해야 유효 할지,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지, 구체적인 조건이나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게 꽤 많습니다. 그런 것을 함께 검토 한 후에 추진할 문제라고 봅니다.
◇ 류도성> 그런데 신고리의 사례에서도 지적됐습니다만 시민참여단의 자격을 누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으며 전문가나 이해관계자가 빠진 의사결정을 존중할 수 있냐는 겁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강영진> 우선, 시민참여단에 있어서 자격이라는 것은 따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뭐냐면 일반시민들을 대표해서 통계학적으로 대표 할 수 있는 정도면 되는 거거든요. 그것이 공론조사의 의미이고요. 따라서 조사통계학적으로 일반 국민을 대표 할 수 있는 정도의 구성을 하면 되는 거죠. 이번 공론화의 경우에도 그런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문과학적인 요소를 두루 감안해서 작업을 아주 면밀하게 했거든요? 그래야지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게 되니깐. 그거에 대해서 이번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다음 문제는 전문가와 이해관계간의 문제인데 이번에도 많이 논란이 되었지만 원전이나 에너지 문제인 경우에 물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정책 사안이지만 사실 그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전문가 몫이 아니죠. 전문가는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기술적인 검토를 할 뿐이지 중요한 정책적인 결정은 원전을 유지할지, 줄일지, 사업하던 것은 중단할지, 재개할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또, 그에 대한 비용도 국민들이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나도 국민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모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 대상자는 일반 국민인 거죠.
그래서 국민들이 숙의를 걸쳐서 의논할 문제 인 것이고요. 따라서 이번 공론화는 그런 차원에서 일반 국민들을 대표 할 수 있는 시민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의견을 형성한건 절차적으로나 자격 면에서 문제 될 것이 아니라 보고요. 다만, 제2공항의 경우에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되는데요. 이 경우에는 제2공항이 누가 결정권이 있는 사안이겠습니까? 국토부 장관? 아니면 제주도지사? 물론, 그분들이 행정적인 권한은 있겠죠. 하지만 그거 행정적인 추진의 권한이지 그 사안 자체에 대해서 근본적인 근원적인 결정권이 있는 거라곤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모든 도민들이 이용할 거고 그에 대한 비용도 물론, 국토부예산에 들어가지만 그게 결국 도민들 또는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론 도민들이 제2공항 문제를 또는 제주도의 공항인프라 확충 문제를 어떻게 할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할지 아니면 또 다르게 검토 할지 그거에 대해서 우선 도민들의 의견을 묻는 게 타당한 일이라고 봅니다.
◇ 류도성> 그러면 숙의민주주의를 도입을 한다면 안건은 명확히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물을지 아니면 입지 재검토를 결정해야할지 어떤 안건을 명확하게 해야 할까요?
◆ 강영진> 그거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요. 우선 지금 이미 제주도와 대책위가 따로 여론 조사했지 않았습니까? 제2공항 추진에 대해서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지지 하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했는데 일단 중요한 것은 그것은 각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지금 갈등이 벌어져 있고 서로 입장을 달리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이 조사하는 것은 문제를 수렴하고 풀어가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이 안 되고요.
중요한건 함께 조사 방법이나 내용, 그에 따른 처리 방식을 함께 정하는 게 우선 필요하고요. 그 다음에 내용도 무엇을 묻고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 제가 볼 때는 현재 갈등상황에 계속 되고 있으니깐 일단 현재 상태에서 최종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절차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그런데 지금 국토부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대로 계속 제2공항이 성산에 지어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제주도에 제2공항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확충 방식은 어떤 것이 좋을지, 제2공항을 확충하던지 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재검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현재 그대로 둘 건지 아니면 재검토를 할 건지 이런 거에 대해서 의견을 묻고 도민들도 여론조사식으로 간단히 답을 물을 게 아니고 제주도, 국토부, 대책위 시민단체들이 각자 그동안 조사한 것, 확인하는 것, 여러 가지 계획을 다 도민들 앞에 내어놓고 충분한 정보, 균형 잡힌 정보를 도민대표들한테 제시해서 도민들이 그러한 내용들을 충분히 알고 토론한 다음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대책을 양쪽에서 합의 만들어가는 쪽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 류도성> 혹시 해외나 다른 지역에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숙의민주주의의 성공 사례가 있습니까?
입지 선정에서부터 공항설계, 소음방지 대책, 지역의 지원보상 등을 인근 환경단체와 처음부터 함께 협의하면서 협의체를 구성해가지고 같이 진행을 한 겁니다. 그러자 지역사회에서도 협조적으로 응하고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뽑히고 있는데요. 그런 예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또 제주도에서도 참고하고 벤치마킹해서 도민들과 국민들 모두를 위해서 좋은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류도성> 비슷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대표님께서 기피시설을 새로운 님비로 해결해야 된다고 말씀 하셨더라구요. 물론 제2공항이 기피시설은 아니지만 님비(NIMBY)현상이 ‘Not in my backyard’가 아니고 다른 의미더라구요?
◆ 강영진> 기존의 님비현상이라는 것은 ‘Not in my backyard’ 라고 지역이기주의, 비난의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서구에서도 그런 현상이 많아서 고민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뭐냐면 왜 님비현상이 생기는 것이냐 하는 원인 진단에 대한 것인데요.
그런 기피, 반발, 갈등 현상이 생기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어느 지역에서는 필요한데 어느 지역에서는 피해를 주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럼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 할 때, 해당 지역사회 전체에서 논의를 해서 어느 지역에 설치하는 게 가장 공정하고 좋을지 이런 것을 논의해가지고 영향을 받을 인근 주민들 참여 시켜서 입지를 선정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자 예방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참여가 키워드인데요. 따라서 그에 대한 님비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새로운 님비(NIMBI)는 뭐냐면 ‘Now I must become involved', '나도 이제 참여 해야겠다.’ 내 삶과 우리 지역 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있을 때는 나도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그래도 내 지역에 들어온다면 수용 할 수 있다. 이런 겁니다. 그런 참여적인 방법이야 말로 또 달리 말하면 절차적 정의죠.
이런 것이 이루어 질 때, 님비현상도 예방되거나 해결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2공항도 그렇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환경시설 관해서도 여러 가지 갈등, 주민들의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접근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고 도정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 류도성>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갈등해결센터 강영진 대표와 인터뷰 나눠봤습니다.
[정리/제주CBS 대학생 인턴기자 손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