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언급한 시점은 9월말. 하지만 가계부채대책과 함께 내놓기로 연기했다가, 막상 지난주 가계부채대책 발표 때는 아예 그 시점이 '연내'로 명시됐다.
연말까지 늦춰지는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으니 11월중으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를 더 열심히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거복지 로드맵엔 현 정부 임기 5년간의 서민주거 지원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신혼부부 희망타운'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방안이 양대 축이다.
하지만 당초 포함될 걸로 예상됐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 안정화' 방안은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들 제도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했던 임대시장 통합정보망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는 데다, 다주택자들의 임대업자 등록이 정부 의도대로 착착 이뤄질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현미 장관은 추석 연휴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 516만채 중 15%인 79만채만 임대주택으로 등록돼 있다"며 "민간임대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통계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확정일자는 한국감정원, 월세 세액공제는 국세청, 건축물 대장은 LH, 행정자치부는 재산세 대장을 갖고 있는데, 이런 통계 자료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며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도도 임대등록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자율 등록이 저조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아예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시스템 구축 후순위에 밀려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들 임대차 안정화 방안을 도입하려면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한 것도 고려 대상이다. 주택과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 모두 국토부가 아닌 법무부 소관인 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대책 등으로 다주택자 투기를 억제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전체 임차인의 협상권을 높여주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남근 변호사는 "임대업 등록을 통해 임대료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건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임대업 등록과 임대차 안정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차인이 안 쫓겨나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고, 그래야 집주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는 게 어려워진다"며 "가장 기본이 되는 계약갱신청구권만 먼저 도입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려 통보하거나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양자택일' 시스템이므로, 임차인에게 협상력을 부여해야 주거 안정이 가능하단 얘기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통한 '돈줄 옥죄기'와 임대업자 등록 등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임대료 인상으로 부담을 떠넘기며 버틸 경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다수인 임차인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를 차단할 보유세 인상 논의가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안정화 방안이라도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