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선발투수 4명을 일컫는 '판타스틱 4'는 두산 베어스뿐만 아니라 KIA 타이거즈에게도 있었다. 헥터와 양현종, 팻딘 그리고 신예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KIA의 1~4선발진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압도적인 정규리그 제패와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판타스틱 4'로 불리는 강력한 선발 4인방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 4명은 나란히 최소 15승 이상을 챙겼다. 이는 KBO 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두산은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 4'가 있기에 자신만만했다. 비록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절대적인 신뢰를 유지했다.
한국시리즈 뚜껑을 열자 KIA의 선발진은 두산의 '판타스틱 4'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두산 선발진을 능가하는 호투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수놓았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은 두산 유희관과 KIA 임기영의 선발 맞대결로 경험과 관록 등 여러 면에서 두산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매치업 카드로 보였다. 게다가 두산에게는 홈경기 어드밴티지도 있었다.
유희관은 잘 던졌다. 임기영은 그 이상이었다. 5⅔이닝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냈고 볼넷없이 6안타를 허용하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임기영에게 이날 경기는 자신의 한국시리즈 통산 첫 번째 등판이자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임기영은 '포스트시즌 루키' 같지 않았다. 투심패스트볼을 포함해 직구 32개를 던졌고 체인지업 역시 32개를 던졌다. 임기영의 변화구는 특히 김재환, 오재일 등 타격 감각이 좋은 좌타자들에게 큰 효과를 보였다.
김재환이 타이밍을 아예 잡지 못하고 헛스윙하는 장면이 있었고 오재일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를 공략한 하이패스트볼 그리고 떨어지는 변화구에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볼넷이 1개도 없었다. 스스로 무너지는 빌미 자체를 차단했다. KIA는 4차전에서 두산을 5-1로 눌렀다. 임기영은 가을야구 첫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KIA 선발은 1차전 헥터를 시작으로 2차전 양현종, 3차전 팻딘 그리고 4차전 임기영까지 호투 릴레이를 펼쳤다. 헥터는 패전투수가 됐지만 김기태 KIA 감독은 "헥터도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양현종은 광주 2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사상 첫 1-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KIA 선발투수들의 2017 한국시리즈 등판 기록
1차전 헥터(패) : 6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5실점(4자책), 피안타율 0.250
2차전 양현종(승) :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 피안타율 0.138
3차전 팻딘(승) : 7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 피안타율 0.240
4차전 임기영(승) : 5⅔이닝 6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피안타율 0.261
타자를 압도한 양현종의 적극성은 동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팻딘은 3차전 승리투수가 된 후 "양현종의 경기가 도움이 됐다. 완봉승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타격감이 좋았던 두산 타자들도 결국 사람이구나 싶었다. 우리가 공만 잘 던지면 잡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양현종처럼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다. 그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KIA 선발 4인방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서 3승1패 우위를 이끌었다. 3승 모두 선발승. 그들은 4경기에서 총 27⅔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2.28,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5, 피안타율 0.218을 합작했다.
두산 선발진도 분전했다.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7을 올렸다. 3차전에서 4이닝 4실점을 기록한 보우덴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 제 임무를 다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를 지배한 '판타스틱 4'는 따로 있었다. 막강한 선발진에 힘입은 KIA는 통산 11번째 우승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