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봉구스밥버거, 판매관리설비 '노예계약' 강요

밴 대리점 수수료 인하땐 계약 자동 연장.3년 지나도 수백만원 위약금

봉구스 밥버거 홈피 캡처
저렴하고 참신한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는 봉구스밥버거가 가맹점 주들에게 판매시점관리 시스템(포스) 설비와 관련해 특정 업체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도록 강요하거나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 설비는 음식점이나 마트, 편의점에 설치된 컴퓨터 모양의 기기다. 실시간으로 제품 판매량, 매출, 제고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봉구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밴 대리점(가맹점모집인)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독소 조항'이 든 계약을 맺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3년 2개월 쓰니 21개월 자동연장...해지하려니 위약금 600만원

29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봉구스 밥버거' 본사는 지난 2014년 초부터 밴 대리점을 기존의 P사에서 S사로 변경하고 가맹점주들에게 S사로 새로 계약을 맺도록 했다. 그러면서 약정 기한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본사에서 위약금을 물어준다고 약속했다.

밴 대리점은 카드사의 위탁업무 중 가맹점 관리와 전표 수거 등을 밴사(결제정보 중개와 전표 매입 담당)로부터 재하청 받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카드 가맹점 모집에 대한 대가로 카드수수료 중 일부를 받는 셈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말대로 밴 대리점을 바꿨지만 문제는 1년여 정도가 지난 뒤 불거졌다. 당시 별생각 없이 도장은 찍은 계약서에는 어마어마한 독소조항이 숨겨져 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보통의 계약서는 3년 약정기간이 끝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S사의 계약서에는 S사의 수익이 떨어지면 약정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고, 위약금도 오래 사용할수록 늘어나게 설계됐던 것이다.

이는 정부가 영세상인 을 위해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수익이 낮아질 것을 보전하기 위한 '꼼수'였다.

이 때문에 S사의 계약서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한 가맹 점주는 "계약을 해지하려고 위약금을 물어보니 부가세 포함해 600만원이라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가맹 점주는 3년 2개월간 계약을 유지했지만 밴 대리점의 수수료 (발사가 지급)인하에 따라 계약기간이 21개월 연장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S사는 추가로 수수료가 인하된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후 별도의 안내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계약기간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가맹 점주들은 3년 이상을 사용하고도 400만~600만원의 위약금을 내야할 상황이 됐다.

◇가맹 점주들 "거액의 리베이트 아니면 설명 안돼" 의구심

이에 대해 가맴점주들은 본사와 S사가 리베이트를 주고받기 위해 이면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2015년 하반기부터 본사 대표와 임원을 만나 직접 얘기를 했는데 이후에도 가맹점주들과 S사와의 계약은 계속됐다"면서 "이는 뒷돈을 챙긴 게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지난해 하반기 기존 매장을 인수한 가맹점주들을 취재해봤지만, 본사로 부터 S사의 계약서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대답만 나왔다.

이는 본사 측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은 직원들이 가맹점주들에게 'S사와는 가급적 계약을 맺지 말라' 설명했지만, 가맹점주들이 '괜찮다'고 하면서 계약을 한 것 뿐"이라는 해명과 상충된다.

일단 봉구스 본사는 S사의 계약서에 대해 "나중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당시에는 시작한지 얼마 안돼 시스템이 미비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가맹점주들도 잘 살펴보지 않고 직접 사인을 했다"고 말했다.

◇본사 뒤늦게 "책임지겠다"...그러나 "공개 입찰"은 거부

본사는 올 6월에 수백만 원의 위약금을 물게 된 가맹점주들에 대해 "전액 책임 변제하겠다"는 확약서를 써주고 가맹점주들을 대신해 S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확약서 마저도 독소조항이 있다며 가맹점 주들은 문제를 삼고 있다. '포스의 변경/유지 권한에 대해서는 본사에 일임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본사는 이미 M사를 새로운 밴 대리점으로 일방적으로 선정했다. 계약서를 보면 이번에는 본사와 직접 가맹점 주와 계약하도록 돼 있다. 본사가 밴 대리점 사업을 하는 형태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봉구스 가맹점주 협의회 측은 "새로 선정할 밴 대리점은 본사 추천을 포함해 공개입찰을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본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2의 S사 사태가 날 개연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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