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선 한국시리즈 무대. 나지완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나지완은 1, 2차전에서 7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에 그쳤다. 3차전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나지완이 엔트리에서 빠지고 김호령이 선발 출전한다"며 "나지완은 기회가 있을 때 출전시킬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낮 경기라 수비에 더 중점을 두기 위한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중심타자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지만 나지완은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나지완은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2사 3루 상황 김민식 타석 때 대타로 나섰다. 초구 볼을 잘 골라낸 그는 이후 높게 들어온 직구는 그냥 보내지 않았다. 두산의 바뀐 투수 김강률의 148km짜리 높은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고 승부의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2009년 끝내기 홈런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KIA는 나지완의 홈런으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고 8회말부터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김세현이 삼진 2개를 솎아내면서 1⅓이닝을 깔끔하게 막아 6-3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를 마친 나지완은 "오늘 선발에서 제외된 것이 큰 자극이 됐다"며 "감독님이 찬스 때 투입한다 해서 거기에 맞춰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홈런을 터트린 소감을 전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김강률을 의식해 배트를 짧게 잡은 것이 주효했다. 나지완은 "1, 2차전 결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방망이 감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중심에 맞는 게 많았다"고 전하고 "원래 배트를 길게 잡고 치는데 '미스터 제로'라고 불리는 김강률의 속구를 고려해 진짜 짧게 잡고 쳤다"고 설명했다.
살아난 타선이 승리를 불러왔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나지완은 "투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타자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며 "이제 예열을 마쳤다.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9년 '한국시리즈의 사나이'였던 나지완. 2017년에도 그는 여전히 '한국시리즈의 사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