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험지 차출설' 부인해도 하마평 계속돼, 당사자들 '곤혹'
대구 출신 추미애 대표의 대구시장 차출설이 뜬금없이 나오는가하면, 박원순 서울시장도 얼마전 경남 창녕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경남도시자 차출론이 제기됐다.
추 대표와 박 시장은 차출설에 대해서 선을 명확히 긋고 있다. 추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대구시장 차출설이 한 언론에 보도되자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라며 "언급도 안됐으면 한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시장도 일찌감치 경남도지사 차출설을 부인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장 국감에서 경남도지사 차출 관련 질문에 "근거가 없고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장 재선까지 한 정치인을 경남도에 내려보낸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서울시민과 경남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일축했다.
전통적 험지는 아니지만 국민의당과 뜨거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전남에서도 차출설이 거론되고 있다. 이 지역은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이미 전남도지사 출마를 예고한 상황이고, 주승용 의원 등 쟁쟁한 예비주자들이 많아 민주당 후보와의 빅매치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5~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광주·전남 일정을 이틀연속 동행했다는 이유로 전남지사설이 급부상했다. 역시 고향이 전남 장흥이라는 점이 근거였다. 임 실장과 주변 측근들은 추 대표나 박 시장과는 다르게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말을 아끼고 있다.
◇ "측근들 아닌 반대편 차출론 제기는 권력 밀어내기 성격 강해"
당사자들이 강하게 부인하거나 침묵하는데도 차출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미 각 지역단위에서 벌써부터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고, 누가 그 지역 선거를 이끌 대표주자로 나서느냐에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충청권 초선 의원은 "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 등으로 바쁘지만, 실제 지역에 내려가보면 시도의원 후보군들을 중심으로 이미 지방선거를 열심히 뛰다시피 해 관심도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나 부산, 경남의 경우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은데 이어 지방선거도 승리를 거둔다면 PK지역을 호남과 함께 정치적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치가 높다.
본인이 적극 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여전히 유력한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고향이 맞다는 이유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차출설을 성급히 제기하는 것은 정략적으로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측근들이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사이가 좋지 않은 쪽에서 내놓는 험지 차출설은 권력 밀어내기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지역 한 중진 의원도 각종 차출설에 대해 "고향이 단지 그곳이라는 이유로 찍어 붙이는 것은 정치의 도가 아니다"며 "설이 난무하면 해당 지역에서 선거를 지나치게 가볍고, 정치공학적으로 여긴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