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배우A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변호사회관빌딩에서 남배우A 성폭력사건 보도 행태를 고발하는 긴급 토론회를 열고, 그간 성폭력 범죄를 상품화 하면서 공익을 외면해 온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틀 전(25일) 디스패치에 의해 해당 사건 관련 영상이 유포됐고, 이후 '디스패치에 따르면'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언론이 보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 자리는 성폭력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의 심각성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디스패치라는 매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토론자로 참석한 위근우 전 아이즈 취재팀장은 "디스패치는 '팩트주의'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한 보도행태를 이어왔다"고 진단했다. 언론의 역할은 보도를 통한 공익의 증진에 있는데, 디스패치는 독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자유와 독자의 알권리도 공적 함의를 가질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번 디스패치 보도는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을 분별할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언론적폐 이야기가 나오는데, 디스패치는 포털의 무책임함과 대중의 욕망에 빌붙은 커다란 적폐다. 이 적폐를 청산하는 단계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 "언론의 관음적 행태, 국민 전체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
성범죄 사건을 가해자 위주로 보도하는 언론 탓에 인권침해 등 2차 피해가 확산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이번 디스패치 기사는 논리가 하나도 안 맞고 근거 자체가 없는데도 기사인 양, 누군가(가해자)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어주는 2차 가해이자 인권 침해라는 점에서 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은 언론답게 영화계에 만연한 성추행·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고발하고 대안을 세울까를 고민해야 함에도, 성폭력 과정을 보여주면서 계속해서 이를 성애화하는 관음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 전체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디스패치 논란은 보도윤리 문제를 넘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해자 신원 공개에 따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정혜선 법무법인 이산 변호사는 "디스패치는 범죄 피해 영상을 노출하면서 피해자의 얼굴만 가렸을 뿐 음성 등을 내보냄으로써 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며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이 사건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다. 그 증거물인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밖에는 안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디스패치가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몰랐을까"라며 "몰랐어도 문제지만 알고도 그랬다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 "대부분 중년 남성인 '데스크' 인식 반영"…"명백한 범죄행위 당장 멈춰야"
이번 무차별적인 남배우A 성폭력사건 보도로 한국 사회 언론의 병폐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수연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 여성인권팀장은 "디스패치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그러한 사진들을 이렇게나 많이 배치하면서, 이런 표현을 써가면서 일방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할 수 있을까"라며 "한 관련 토론회에서 언론계 인사가, 성폭력 사건 보도 개선이 안 되는 데 대해 '언론사 데스크가 막는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 중년 남성인 데스크의 인식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남배우A사건 공동대책위는 이번 사태를 부른 디스패치를 비롯한 언론에 법적·윤리적 책임을 묻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장은 "변호사가 디스패치 측에 성폭력 피해 영상을 내리라고 요구했는데, '내릴 수 없다'고 했고 지금도 일파만파 유포되고 있다"며 "인권침해를 넘어 불법적인 행태를 벌이고 있다. 즉시 중단돼야 한다. 개인들의 성폭력 피해 영상 유포 행위 역시 명백한 범죄행위로 당장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성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 언론이 이를 가십처럼 희화화함으로써 성폭력을 중요하지 않은 범죄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성폭력 보도가 돈이 되고 있다. 돈만을 좇는 디스패치와 이를 따라한 언론은 스스로 언론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할 수 있는 한 법적·윤리적 책임을 언론에 물을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함부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언론 스스로 공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관련 기사를) 내려달라"고 당부했다.